“김정은 독재자”vs“그와 잘 지낼 것”…해리스·트럼프, 정책마다 ‘극과 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로 민주당 전당대회가 22일(현지시간) 마무리되면서 11월 5일 대선 투표일까지 75일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대선 레이스에서 격돌하는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부터 외교·국방 정책, 경제·무역 정책 등 각 부문마다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룬다.
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인식부터 180도 상반된 생각을 드러냈다. 해리스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을 “폭군과 독재자”로 규정하며 “절대로 그런 독재자에게 비위 맞추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협상을 위한 협상’ 대신 원칙론에 기반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반면 트럼프는 지난달 18일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핵무기를 많이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이 좋다”며 “김정은과 다시 잘 지낼 것”이라고 했다.
한·미관계 중시vs무임승차 불가
이런 견해차는 한반도 정책과 한미 관계에 대한 인식차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해리스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통한 대북 억지력 유지·강화에 주안점을 둔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새 정강은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구축을 포함한 북한 도발에 맞서 동맹국 특히 한국의 곁을 지켜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 중시 기조를 확인했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무임승차 불가론을 고수한다. 지난 4월 시사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 인상 압박을 강하게 암시하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또 김정은과의 친분을 앞세운 정상 외교와 톱다운식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그간 각종 인터뷰에서 김정은과의 교분을 과시하며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해 온 만큼 북·미 관계가 요동칠 수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공히 최근 개정한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삭제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이 북한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향후 협상 국면에서 비핵화 대신 핵 군축 논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민주당 소속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장은 22일 외신 브리핑에서 “북한 비핵화는 항상 우리의 목표”라며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동맹에 등 안 돌려”vs“동맹국에 이용 당해”
해리스와 트럼프는 대외 정책 노선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해리스는 당선 시 ‘격자형 소(小)다자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를 꾀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했으며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에 힘써 왔다.
민주당의 새 정강도 “미국은 파트너 국가가 강할 때 가장 강하다. 미국은 동맹에 등을 돌리지 않겠다”고 하는 등 동맹 중시 관점을 분명히 했다. 해리스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가자 지구 전쟁에 대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피난을 떠나는 등 그 고통의 크기는 가슴이 아플 정도”라며 인도주의 관점에서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는 동맹 관계를 ‘비용’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달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이용당해 왔다. 이런 나라는 소위 동맹국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동맹국들이 우리의 공동 방위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적시한 공화당 정강에서도 이런 관점이 반영돼 있다. 대외 정책 핵심은 ‘힘에 의한 평화’로 요약된다.
트럼프는 지난 2월 “국내총생산(GDP) 2%를 방위비로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에는 그들(러시아)이 내키는 대로 하라고 할 것”이라고 하는 등 나토 탈퇴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당선 시)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한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이른바 ‘스트롱맨’과의 담판 외교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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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지원 확대vs감세 통한 경제성장
경제·산업·무역 정책에서도 둘은 대척점에 있다. 해리스의 경제 정책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로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중산층의 자녀 세액공제를 늘리는 등 세금 감면 조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대신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로 올려 부족한 세수(稅收)를 채운다는 방침이다.
해리스는 이날 연설에서도 중산층 재건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중산층 구축이 제 대통령직의 결정적 목표가 될 것”이라며 “(당선 시) 1억 명 이상의 미국인에게 혜택을 줄 중산층 감세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기업 규제 완화 및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 촉진을 더 중시한다. 또 석유·가스 시추를 늘려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연방정부 지출을 억제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생산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폐지를 공약하면서 전기차 관련 의무 조치도 무효화하겠다고 한 만큼 관련 업계에 파장이 일 수 있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른 관세 장벽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는 외국산 수입품에 보편관세 10%,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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