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맨얼굴·목소리도 공공장소 노출 금지”… 아프간, 법 공포

박선영 2024. 8. 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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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이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맨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기본권을 탄압하는 법률을 공포했다.

탈레반은 2021년 아프간을 장악한 뒤 미덕 촉진·악덕 방지부를 세우고 각종 규정을 통해 여성 인권을 탄압했는데, 이를 공식적인 법으로 만들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노래 혹은 낭송을 하거나,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등 목소리를 내는 것도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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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부르카를 입은 아프간 여성들이 길을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이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맨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기본권을 탄압하는 법률을 공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탈레반은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승인을 받아 지난 21일(현지시간) ‘악덕 및 미덕법’을 공포했다.

탈레반은 2021년 아프간을 장악한 뒤 미덕 촉진·악덕 방지부를 세우고 각종 규정을 통해 여성 인권을 탄압했는데, 이를 공식적인 법으로 만들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비 압둘 가파르 푸르크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이 이슬람 율법이 미덕을 증진하고 악덕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총 35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법에는 대중교통 이용이나 각종 축하 행사, 음악, 면도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금지되는 악덕과 장려하는 미덕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체포 등 각종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중 제 13조는 여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법에 따르면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항상 몸을 가려야 하며 특히 다른 사람을 유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얼굴을 가려야 한다. 옷은 얇거나 몸에 달라붙어서는 안 된다.

또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노래 혹은 낭송을 하거나,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등 목소리를 내는 것도 금지된다. 여성의 목소리는 친밀한 것으로 간주돼서다.

여성과 남성은 모두 혈연이나 결혼 관계에 있지 않은 이성을 쳐다보거나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여성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고 혼자 여행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밖에도 법 제 17조는 살아있는 존재의 촬영물을 게시하는 것을 금지해 가뜩이나 취약한 아프간의 언론 지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치에 아프가니스탄 주재 유엔 인권 담당 책임자 피오나 프레이저는 “아프간 당국이 표명한 입장은 모든 아프간인, 특히 여성과 소녀에게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평했다.

탈레반은 지난 20일 아프간 당국이 자국 내 여성을 대하는 행위를 ‘반인도적 범죄’라고 비판한 리처드 베넷 유엔 아프간 인권 특별보고관의 입국을 금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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