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아이들"... 교토국제고 우승, 일본 언론은 이걸 주목했다

윤현 2024. 8. 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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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학교 사상 첫 고시엔 우승에 저마다 분석 내놔... NHK "역사 한 페이지 새겼다"

[윤현 기자]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이기고 우승한 뒤 응원석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 연합뉴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가운데, 일본 사회 또한 들썩이는 분위기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이겼다.

이로써 교토국제고는 개교 이래 첫 우승이자 교토부 대표로는 68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한신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에 열린 대회에서 얻은 우승이라 의미가 더 남달랐다.

우승 이끈 고마키 감독 "정말 대단한 아이들"

일본 언론은 이날 경기와 교토국제고의 우승 비결을 상세히 보도했다. 공영방송 NHK는 교토국제고 학생들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을 전국에 생중계했다.

NHK는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 첫 우승을 달성했다"라며 "100년이 넘는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64번째 학교가 돼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새겼다"라고 전했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라고 감탄했다"라며 "연장전은 다리가 떨릴 정도였지만 모두가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한 경기라도 더 하고 싶다고 선수들을 격려했지만,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라며 "나같은 아저씨에게 멋진 여름방학을 선물해 줘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야구부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도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게 꿈만 같아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라며 "이 우승은 우리끼리 따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를 응원해 준 모든 분들과 함께 이뤄낸 것"이라고 했다.
 23일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의 결승전 경기가 열린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아사히신문>은 "교토국제고는 좁은 그라운드에서도 수비 연습은 가능하다며 기본부터 철저히 단련한 팀"이라면서 "그렇게 연마한 수비와 타격으로 여름 고시엔에서 결실을 이뤘다"라고 주목했다.

이 신문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반년 넘게 쉬다가 복귀해 매일 밤 혹독하게 훈련한 끝에 교토국제고 우승에 힘을 보탠 야마모토 신노스케의 사연을 별도로 소개하기도 했다.

고시엔은 본선에 진출하기도 어려워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올해는 일본 전역 3715개 학교(3441개 팀)가 예선에 참가해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고 고교 시절 여름 고시엔 우승을 이끌었던 사이토 유키는 이날 결승전 중계 해설을 맡아 "한신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에, 그것도 연장전에서 우승이 결정돼 새로운 역사를 느꼈다"라며 "순수하게 최고의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극복한 교토국제고... 일 언론도 주목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돌풍을 집중 조명하는 <마이니치신문>
ⓒ 마이니치신문
<마이니치신문>은 "여름 고시엔에서 팀 홈런이 하나도 없이 우승한 것은 21년만"이라며 교토국제고의 독특한 기록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교토국제고 야구부에 응원 메시지를 보냈고, 한국어로 된 교가가 NHK에서 생중계된 것을 보도하는 등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지난 21일 열악한 환경에서도 고시엔에서 선전하는 교토국제고의 돌풍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홈플레이트부터 외야까지 70m에 불과한 작은 그라운드에서 교토국제고는 연습 시합은커녕 프리 타격이나 내외야 중계 연습도 할 수 없었다"라며 "하지만 이런 어려운 환경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프리 타격 연습을 할 수 없어 수비 연습을 철저히 했다"라며 "경기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연습을 반복했고, 연습 시합은 할 수 없지만 높은 긴장감으로 경기 감각을 익혔다"라고 설명했다.

고마키 감독은 인터뷰에서 "큰 그라운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라며 "이런 환경에서도 전국의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의 두번째 투수 니시무라 잇키가 10회말 간토다이이치고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니시무라는 2-0으로 앞선 10회말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 1사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를 지켰다.
ⓒ 연합뉴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백승환 교장이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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