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냄새 난다" 빈방서 발화 시작…부천 호텔 의문의 810호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23일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 사고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화재 장소인 경기 부천 원미구 소재 한 호텔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엔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5개 기관 33명이 투입됐다.
오석봉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화재 장소로 확인된 8층(실제론 7층)을 비롯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집중했다”며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폐쇄회로(CC)TV 확인 및 목격자 등을 조사해서 사고 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점으로 지목된 이 건물 810호 객실을 중심으로 복도‧계단 등을 조사했다. 사망자 7명 모두 호텔 8~9층(실제 7~8층)에 머무르고 있었다.
해당 객실은 불이 났을 당시 투숙객 없이 비어있는 상태로 파악됐다. 애초 이 방으로 투숙객 1명이 들어갔다가 호텔 측에 “타는 냄새가 난다”며 객실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해당 투숙객은 호텔 외부로 대피했고, 경찰은 이 투숙객의 신원을 확인해 참고인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런 정황에 비춰 에어컨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호텔 내부 인테리어가 합판, 목재로 많이 이뤄져 있었다“며 “처음 (투숙객이) 810호에서 문을 열고 보니까 에어컨 쪽에서 ‘탁탁’ 소리가 나고, 탄 냄새가 나서 1층 프론트에 내려갔다. (객실) 문을 닫고 나와야 하는데 열고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서 소파와 침대 등에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런 점을 고려해서 실화(失火) 가능성보다 누전이나 ‘에어컨 스파크’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어컨 화재는 장시간 가동으로 인한 과부하 및 노후화된 전선에 먼지 등 이물질이 끼는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도 현장을 찾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화재 원인은 합동 감식 결과를 토대로 확인할 것”이라며 “에어컨의 전기적 고장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 등을 전반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성배‧이영근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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