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깁스를 하자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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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 조현아]
시민들에게는 장애인보다, 임신부보다, 아이들보다, 가장 우선인 게 아픈 사람인 것을, 이동권을 몸소 깨닫게 된 3개월이다.
"젊은 처자가 어쩌다가 그랬어." "곧 더울 텐데 고생이겠어." "'쯔쯔. 나도 그랬었어." "아이고 일로 와 봐. 여기 앉아."
아픈 다리보다 기분이 이상한 것은 왜일까? 감사하기도 하지만 무안한 것은 함께 다니며 싫어함을 내색하던 시혜와 동정 느낌 때문일 테지.
처음에는 카카오택시를 주 수단으로 이용했다. 교통비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찮아서 원활한 교통수단이 없나 찾다 보니, 최근에 이사 간 동탄6동(오산천 인근)까지 대중교통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대중교통 중 시내버스는 입구 앞 계단이 두세 개까지 있었고 (게다가 다리를 다친 사람은) 손잡이가 없인 올라서기가 어려웠다. 발목에 힘이 없어 팔목에 힘을 준 뒤 한쪽 목발을 딛는 깨끔발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 몇 달째 다시 부상으로 팔목에 힘을 줘야 하니, 스스로 풀리는 팔 힘으로는 터너증후군도 의심되는 지경.
저상버스는 모두에게 편안한 것이라고 강조해오던 말대로 출근하며, '저상버스 원츄'를 매일 아침 외치곤 했다. 기다리다보니 화성 거리에 다니는 H형 버스는 모두 저상버스가 아니었음도 알게 됐다.
더불어 버스와 지하철과 연동 구간을 이용하려면 버스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통해 내려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다급하게 설치됐는지 동탄역, 구성역, 성남역 등의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 있기가 일쑤였다.
곧 광교, 고양, 안양, 안산, 성남, 동탄, 향남 등에서 운행하는 '똑버스'도 알게 됐다. 앱을 통해 미리 부르면, 콜택시처럼 제일 가까운 데까지 오며, 내가 편한 위치까지 환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계단 오를 정도의 힘만 되면 나름 편한 이동 수단이라는 점도. 아침마다 동탄역 인근에서 똑타 앱을 여는 것을 우선 챙기고 있다. 곧 봉담에도 설치되지만 각 지역이 연동되는 건 현재까지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곧 100만 특례시가 되는 화성시는 GTX와 동탄 트램 - 이제 곧 생길 1, 2호선 라인(동탄역을 지나 오산과 망포, 서동탄으로 연계선)과 동서지역을 가로 지르는 길들의 개통은 시민들의 불편을 조금씩이나마 덜어주고 있다는 소식에 '화성시도 나아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그러나 필자가 지난 3월 말 국회의원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배포하던 동탄IL 선거공약까지 이뤄지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본다. 정작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퇴근을 위해 장애인 콜택시들은 시간이 무작정 지연되고, 걸어가기에는 클러치 장애인들은 힘들어서 교통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 보행 장애인 등을 고려한 직통버스나 저상버스가 별로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거리 보행, 이동에 대한 대체수단 등에서 설계 시 배제된 이동권을 고려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때의 각 후보들의 공약들은 교통약자를 위한 공약보다는 교통난 해결 우선 수준이었다.
요즘 필자가 체험하는 불편은 몸소 체험하기 전에는 공감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자칫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것은 단지 나와는 다른 남의 이야기이거나 다른 차원의 삶일 뿐, 어쩜 각자 개개인별로 각자 살고 있을 뿐 공동의 관심이 되긴 어려울 수 있다.
동탄IL센터는 최근 한국주민운동교육원의 강사님과 5개년 비전을 세웠다. 이제 그동안의 활동을 일단락 평가하고 8월에 이전 개소식을 하며 장애인 인식개선 거리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9월 ,10월에는 공공기관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기획했다. 물론 지역과 학교 등에서 장애인에 인식을 바꿔낼 강사단 양성도 잊지 않을 테다. 지금까지처럼 거리에서의 인권이 필요함을 외침도 잊지 않을 것이다.
▲ 조현아 동탄IL사무국장 |
ⓒ 화성시민신문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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