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 한국어 교가 日 전역에 울렸다!…교토국제고 창단 첫 '고시엔 우승', 무사만루 위기 이겨냈다

유준상 기자 2024. 8. 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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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 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우승을 확정한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창단 25년 만에 고시엔 정상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 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대회)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관동제일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모든 학교가 대회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일본 전역 3천715개 학교(3천441개 팀)가 참가해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다.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한 교토국제고는 당시 4강에 올랐으나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2022년에는 1차전에서 패배했다. 지난해는 본선에 오르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는 달랐다.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에 오른 교토국제고는 본선 1차전부터 3차전까지 각각 7-3, 4-0, 4-0으로 승리하면서 순항을 이어갔다. 이후 21일 아오모리야마다고와의 준결승에서도 3-2 역전승을 거두면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결승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선발투수 나카자키 루이가 9이닝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니시무라 이키가 10회말 무사 만루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창단 첫 고시엔 우승을 완성했다. 타선에서는 10회초 가네모토 유고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팀에 첫 득점을 안기면서 결승전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 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선발투수 나카자키 루이가 9이닝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9회까지 0의 균형 이어간 교토국제고, 마지막에 웃었다

두 팀 모두 4회까지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 가운데, 교토국제고가 5회초 득점권 기회를 마련했다. 안타 2개를 엮어 2사 1·3루를 만들면서 관동제일고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1번타자 가네모토 유고가 땅볼로 물러나면서 득점 없이 이닝을 마감했다.

5회말을 삼자범퇴로 틀어막은 교토국제고는 6회초 두 타자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마련했고, 4번타자 후지모토 히로키의 희생번트가 나오면서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이동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5번타자 하야시 하세가와가 중견수 뜬공을, 6번타자 다카기시 에이타로가 헛스윙 삼진을 기록하면서 이번에도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9회초 선두타자 후지모토 하루키의 안타로 득점을 노린 교토국제고는 희생번트 이후 1사 2루로 이어갔다. 이후 대타 하토리 후마의 1루수 뜬공 때 2루주자가 3루로 진루하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어진 2사 1·3루에서 시미즈 쇼타의 땅볼로 이닝 종료.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 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선발 나카자키 루이의 9이닝 역투로 버틴 교토국제고는 9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서 탈출하면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연장은 대회 규정에 따라서 승부치기로 진행됐으며, 10회초 무사 1·2루에서 교토국제고가 공격을 시작했다.

교토국제고는 9번타자 나카자키 류의 좌전 안타에 이어 가네모토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마침내 스코어보드에서 0을 지웠다. 여기에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더 보태면서 2-0으로 달아났다.

교토국제고는 10회말 실책으로 무사 만루에 몰렸고, 2루수 땅볼 때 1점을 헌납하면서 2-1로 쫓겼다. 하지만 니시무라가 땅볼과 삼진으로 관동제일고의 추격을 뿌리치고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 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교토국제고 학생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일본 전역에 울려퍼진 한국어 교가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교토국제고는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단을 창단했고,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에 달한다. 창단 이후 30년도 채 지나지 않은 만큼 역사는 길지 않지만, 전국 대회에서 새 역사를 쓴 교토국제고다.

국내에서 교토국제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건 바로 한국어 교가 때문이다.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로 시작하며, 3년 전 고시엔 대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 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경기 종료 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고시엔에서는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교가를 부르는 관례가 있으며, 이는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된다. 이날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한국어 및 일본어 자막이 송출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22일 교토국제고가 결승 진출을 확정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니폼이 성하지 않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뛴 선수 여러분의 투지와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또 윤 대통령은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매년 4천개 가까운 팀이 출전하고 있다. 나도 1983년 아버지께서 히토쓰바시 대학교에 교환 교수로 계실 때 여름을 일본에서 보냈는데, 고시엔의 뜨거운 열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게 큰 대회에 학생 수가 159명에 불과한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여러분의 여름은 이제 시작이다. 야구를 통해 재일동포 사회와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교토 국제고 야구팀과 학생 여러분을 힘껏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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