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 고시엔 첫 우승…한국어 교가 日 전역 울려 퍼졌다
재일 한국인들이 설립한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교야구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도쿄 간토다이이치고와의 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2-1로 이겼다. 이 경기가 끝난 뒤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가 NHK 전파를 타고 일본 전역에 생중계로 울려 퍼졌다.
여름 고시엔은 본선 무대조차 밟기 어려워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올해는 전국의 3715개 학교가 참가해 49개 팀만 본선에 올랐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2021년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1차전에서 패했고, 올해 사상 첫 결승 진출과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 내내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선발 투수로 나선 교토국제고의 나카자키 루이와 간토다이이치고의 하타나카 텟신이 정규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는 명승부를 이어갔다. 나카자키는 9이닝을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교토국제고는 결국 무사 1·2루 승부치기로 시작한 연장 10회 초 무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뽑은 뒤 희생플라이로 1점을 보태 승부를 갈랐다. 10회 말 마운드에 오른 교토국제고 에이스 니시무라 잇키는 1점을 내줬지만, 2사 만루에서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감격적인 고시엔 우승을 확정했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직후 일본에 남은 조선인들이 자녀들에게 민족정신과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1947년 5월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모아 학교를 세웠다. 1958년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도 공식 학교로 인가해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중·고등학생 160여 명이 한국어·일본어·영어로 공부하고 있다. 학생 모집을 위해 1999년 야구부를 창단했고,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에 달한다. 재적학생의 30% 정도가 한국계 학생이고, 야구부의 현재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 국적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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