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김정은 같은 폭군·독재자에 비위 맞추지 않을 것"

김형구 2024. 8. 2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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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저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냉소와 분열의 싸움을 넘어설 수 있는 소중한 찰나의 기회, 그리고 어느 한 정당이나 정파 일원이 아닌 미국인으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저는 우리의 가장 큰 열망을 중심으로 하나로 통합하고 경청하고 이끄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상식적인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치른 민주당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한 해리스의 연설로 이제 11월 5일 대선 투표일까지 75일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팝스타 비욘세의 히트곡 ‘프리덤’(자유)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연단에 선 해리스 부통령은 열렬하게 환호하는 2만여 참석자들에게 수차례 “땡큐(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3분쯤 지나 청중들을 진정시키고 연설을 시작한 해리스는 “먼저 (의붓자녀) 콜과 엘라의 멋진 아빠가 돼준 (남편) 더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늘 감사함으로 가득차게 된다”며 “역사가 증명하듯 바이든의 기록은 놀랍고 그의 인품은 영감을 준다.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어 모친 이야기를 들어 ‘모성 리더십’을 풀어냈다. 그는 “최근 몇 주 동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길이었지만 제 어머니 샤멀라 해리스도 그런 분이셨다”며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웃으며 내려다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인하고 용감하고 여성 건강을 위한 투쟁의 선구자였던 어머니는 이틀 전 미셸 오바마(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가 언급한 교훈을 저와 여동생 마야에게 가르쳐 주셨다”며 “어머니는 ‘불의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뭔가를 하라’고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미셸 오바마는 지난 20일 찬조 연설에서 “가만히 앉아서 불평만 하지 말고 뭔가를 해야 한다(do something)”고 외친 바 있다. 이에 행사장을 가득 메운 2만여 대의원ㆍ당원들도 “do something”을 수차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경쟁 상대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선 “트럼프를 다시 백악관에 들여놓는다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의 재임 당시 겪은 혼란과 재앙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벌어진 일의 심각성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가 어떨지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목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저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 독재자들에게는 절대 비위 맞추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트럼프가 아첨과 환심으로 조종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폭정 사이의 투쟁에서 제가 어디에 서 있고 미국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알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안보와 이상을 수호하는 데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중산층의 재건을 강조했다. 그는 “중산층은 제가 태어난 곳”이라며 “우리는 강력한 중산층이 미국의 성공에 항상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중산층을 구축하는 것이 제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밖으로 나가자. 싸우자. 투표에 참여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야기의 다음 장을 써내려 가자”는 말로 40분의 연설을 마무리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게 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번 대선은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팽팽한 대접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이르면 23일 출마를 접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내달 10일 ABC 방송이 주관하는 대선 TV 토론에서 첫 번째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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