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위 서울 빠진 ‘사교육 없는 지역’…실효성 물음표 [여기 정책이슈]
유민지 2024. 8. 23. 11:03
교육부가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을 선정했으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1위를 차지한 서울이 제외된 점을 비롯해 대입 제도 개편 없이는 사교육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 정책이슈’ 이번 편에서는 교육부의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의 운영방향과 과제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교육부는 춘천, 부산, 제주 등 전국 12개 지역을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에 1차 선정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선정 지역은 지역사회 연계 특색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교육 경감 모델을 추진하며, 지역별로 최대 7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을 예정입니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지역들은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 19곳 가운데 12곳입니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 교육청, 지역대학 등이 지역 발전을 위해 교육혁신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입니다.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 역시 지역의 공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인재의 정착을 목표로 하는 교육발전특구사업과 연계해 시행합니다.
많은 지역에서는 지역 소재 대학과 연계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구미시는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으로서, 금오공대와 함께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이번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에서도 드론, 로봇, 코딩, 3D펜과 프린터 등 신산업 중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지역 소재 대학이 없는 울진군은 교육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기관이 손을 잡았습니다. 한수원과 연계한 진로상담, 울진해양레포츠센터 및 울진군 국제교류사업과와 연계한 영어캠프 등이 대표적입니다.
학부모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입니다. 교육발전특구이자 이번 사업에 선정된 A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아이 학습에 동기부여가 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작년에 B대학과 연계 프로그램 들었는데 괜찮았다.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게 문제다”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정책 수요자의 수요에 맞춘 프로그램이 공급돼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같은 커뮤니티에 댓글을 작성한 한 네티즌은 “한 번 신청하면 1년 동안 매주 토요일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신청자가 많아서 상반기 하반가로 나눠서 들었다. 수요만큼 공급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 입시제도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업에 선정된 건 좋은 소식이지만, 입시 변화 없이는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이 부분이 해결됐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쿠키뉴스와 만난 학부모들도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은 낮을 것이라 말합니다. 현행 입시제도 하에는 사교육 경감, 공교육 강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힘들다고 본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전모(35)씨는 “주로 자기주도 학습이나 진로 체험 프로그램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며 “자녀의 연령이 어리다면, 체험형 교육 등은 정서 및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으나 고등학교 아이에게도 이런 프로그램이 유용할지 모르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사교육 하면 서울인데, 서울이 빠진 것도 아쉽다”며 “양육비용 중 줄일 수 없는 게 교육비라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은 전국적으로 도입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전문가는 정부의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에 대해 사교육 근절 의지는 보이지만 해당 사업만으로는 사교육 경감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입시연구소 소장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고, 경기와 세종이 그 뒤를 이었다”며 “비수도권 발전을 위한 사교육비 경감은 일정부분 이룰 수 있을지라도 전체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목표는 대입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사교육 성행 역시 수능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고,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상위권 주요 대학 수시 전형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입 상대평가라는 구조적인 개혁 없이는 사교육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발표는 공적 자원을 통해 학원 비용을 줄일 뿐, 사교육의 경감도 공교육의 강화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향후 수능 개편 및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 2차 선정에서 수도권 지역을 포함하는 등 더 포괄적이고 구조적인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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