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불륜에 '맞불륜', 자극적 소재에 관객 평가 엇갈려

양형석 2024. 8. 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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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일본에서 큰 사랑 받았던 허진호 감독의 <외출>

[양형석 기자]

일본의 '한류열풍' 주도했던 욘사마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난 배용준은 영화사 스태프로 일하며 몇몇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1994년 KBS의 특채 탤런트로 발탁돼 청춘 드라마 <사랑의 인사>로 데뷔했다. 배용준은 1995년 주말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착하고 순수한 성격의 재벌2세를 연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6년 <첫사랑>에서는 복수의 화신이 되는 성찬우 역을 맡아 '대세배우'로 떠올랐다.

두 편의 국민 드라마로 1990년대 중반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배용준은 1998년 <맨발의 청춘>에서 깡패가문의 피를 거역하고 경찰대에 입학하는 장요석을 연기하며 대세행보를 이어갔다. 1999년 KBS와의 전속기간이 끝난 배용준은 노희경 작가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서 시한부 캐릭터를 연기했고 2001년 <호텔리어>에서는 한국의 호텔을 인수하러 온 냉혈한 기업 사냥꾼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배용준은 '친정' KBS로 돌아온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하면서 배우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다. 국내에서 3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던 <겨울연가>는 2004년 일본 지상파 TV를 통해 방송되면서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켰다. 비용준의 일본 방문 때는 배용준의 이동 경로를 쫓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제작됐을 정도로 그 어떤 할리우드 스타가 왔을 때보다 크게 화제가 됐다.

지난 2003년 전도연과 함께 실질적인 스크린 데뷔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 출연한 배용준은 일본에서 '욘사마'가 된 후 2005년 영화 <외출>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외출>은 국내에서는 80만 관객으로 큰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일본으로 수출돼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렸다(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2005년 개봉작 <외출>은 현재까지도 배용준이 출연한 마지막 영화가 되고 말았다.

배용준은 2007년 5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출연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태왕사신기>는 현재까지 배용준의 마지막 드라마 주연작이다.

일본 내 한국영화 역대 흥행 3위 작품
 <외출>은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남선녀 배우가 출연한 멜로영화지만 사실 기혼자들의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
ⓒ 쇼이스트(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국내에서 <겨울연가> 이후에 촬영 및 개봉했지만 <스캔들>이 개봉했던 2003년 당시 배용준은 일본에서 크게 알려진 배우가 아니었다. 아직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송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 <겨울연가>를 통해 배용준의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배용준의 신작 <외출>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개봉한 그 어떤 한국 영화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실 <외출>은 국내에서 '욘사마' 배용준의 영화라기 보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연출했던 허진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로 더 많이 알려졌다. <외출>은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허진호 감독 특유의 느리고 서정적인 감성과 만나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자극적인 소재와 그렇지 못한 전개가 엇갈리면서 전국 80만 관객으로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외출>은 아내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인수(배용준 분)와 남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서영(손예진 분)이 삼척에서 만나고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사람이 불륜 관계였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 <외출>은 '배우자의 불륜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맞불륜을 저지르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라는 도덕적인 질문을 던지는 대신 서로에게 빠져드는 두 주인공의 감정 변화에 더 충실했다.

인수와 서영은 서로를 통해 새로운 행복을 느끼게 되지만 인수의 아내 수진(임상효 분)이 의식을 회복하면서 두 사람의 짧았던 행복은 막을 내리게 된다. 서영을 사랑하게 된 마음은 변함없지만 착한 인수는 아내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서영의 남편은 세상을 떠나게 되고 인수와 서영은 각자 다른 곳에서 '4월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를 떠올린다(<4월의 눈>은 <외출>의 부제이자 영어제목이다).

성공적이었던 손예진의 연기변신
 <외출>에서 불륜녀를 연기한 손예진은 2016년 <덕혜옹주>에서 11년 만에 허진호 감독과 재회했다.
ⓒ 쇼이스트(주)
일본에서 지난 2020년 1월 <기생충-반지하의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기생충>은 47억 엔의 흥행 성적으로 일본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수익 1위를 기록했다(일본 흥행통신사 기준). 그리고 <기생충>을 이은 한국영화 흥행 순위 2,3위는 멜로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30억 엔)와 <외출>(27억 엔>이 자리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2,3위 작품의 여자 주인공은 모두 손예진이었다.

손예진은 <외출>에서 기존의 예쁜 첫사랑 이미지를 깨고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불륜녀를 연기하면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비록 국내에서 <외출>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손예진의 연기변신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외출>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손예진은 2006년 자신의 첫 번째 인생 캐릭터 드라마 <연애시대>의 유은호를 연기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멜로 영화가 그런 것처럼 <외출> 역시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조연 캐릭터의 존재는 그리 크지 않다. 임상효가 연기한 인수의 아내 수진 역시 영화 시작부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는 장면이 중반까지 이어진다.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던 수진 역의 임상효는 2006년 태국의 재벌 2세와 결혼하면서 <외출>이 실질적인 은퇴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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