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넘어, 대학언론 변화 방향을 논하다
[차종관 기자]
▲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지난 1월 열린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에서 발제를 시작하는 모습. |
ⓒ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사무국 |
▲ 부경대-부산대 언론사와 부산교통방송의 업무협약 현장. |
ⓒ 부경대신문 |
"협약을 보니 학보사-방송사 기자들 간 실습과 뉴스 콘텐츠 제휴가 주된 내용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만 가지고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보기는 힘들다. MOU 수준으로 보고 있다."
- 어떤 방식이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까.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알아야 된다. 제일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현재 대학언론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1995년 한국언론연구원에서 이뤄진 실태조사를 제외하면 전국에 걸쳐 대학언론의 현황에 대해 나온 자료가 없다. 서울과 부산, 사립과 국립 등의 상황을 알아야 각자에게 적합한 방향을 찾을 수 있다."
- 부산대학교의 < 채널 PNU >와 같이 대학언론 통합플랫폼 운영이 대학언론의 새로운 변화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통합의 가장 큰 이유는 운영 자금 및 지원자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통합 방식 혹은 통합 이후의 운영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가면 갈수록 대학언론 예산 상황이 나빠지는 이상 통합플랫폼은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방향이다. 지역 사립대는 상황이 심각하다. 예산 문제 뿐 아니라 방향성도 없고 주간 교수의 전문성도 없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언론인 셈이다. 이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학언론 통합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다. 학생기자라면 누구든 텍스트를 쓰고 리포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부산대의 사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학언론은 점점 더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 대학언론의 지속 및 발전을 위한 최대 과제는 1970~1980년대의 군부독재 저항 및 민주화처럼 명확한 조직 방향성 함양으로 보인다. 대학언론의 다음 의제 내지 방향은 무엇일까.
"가장 큰 방향성은 대학 내에서 공식적인 공론장 기능을 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 내에는 공식적인 공론장이 없고 비공식적인 '에브리타임'이 있다. 하지만 에브리타임 내의 논의는 대학 내 구성원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공론을 공식화할 수 있는 채널이자 콘텐츠부터 만드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대학언론의 위기는 최악의 단계에 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의 요인이 100가지 넘게 있듯, 대학언론의 위기 요인도 복합적이다."
▲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학 본부 규탄 기자회견 현장, 당시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가 게시한 걸개가 교직원에 의해 철거되고 있다. |
ⓒ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
"대학마다 소통위원회가 있다. 총학생회라는 학생 대표성 기구가 있지만, 대학언론인도 참석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대학언론의 편집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다. 주간 교수와 학생 기자끼리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 2020년대 들어 편집권 개념이 없는 학생기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주간교수와 조교를 '학교 선생님'이라 생각한다. 또한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되므로 대학의 문제를 드러내는 기사를 반대한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대학언론 내에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가 문제다. 또한 대학언론인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대학 본부와 학생 기자 사이를 완충하는 주간 교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주간 교수가 부정적인 기사의 발행을 막는 쪽으로 지도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도 있는 듯하다. 주간교수는 미국 대학언론처럼 '어드바이저 프로페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
- 학생기자의 편집권 보호와 대학언론의 재정 지원을 위해 대학언론을 법제화하는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당히 좋은 의견이다. 다만 대학 본부에서 부담을 많이 느낄 것 같다. (2022년 발의된 윤영덕 의원안에서) 편집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조금 개선하면 좋겠다. 미국 사례처럼 학생 기자들이 기사를 마음대로 쓰되, 책임도 학생 기자가 지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참고로 대학언론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 대상은 된다."
"홍보팀 산하에 있는 것은 대학언론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만약 대학 평가에서 소통 점수가 있다면 이런 부분은 패널티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황 조사나 법제화 과정에서 개선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당 대학 공동체의 언론 기능을 좀 더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윤희각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와의 비대면 인터뷰 모습. |
ⓒ 차종관 |
"미국에도 존속하고 있는 대학독립언론이 여럿 있다. 한국의 <대학알리>도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끼리 연합해 인터넷신문을 창간하는 등 다음 세대의 독립언론을 만드는 것도 권장한다."
- 미국 대학언론과 같은 독립기구 모델이 한국에서 실현되려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할까.
"보스턴의 터프츠 대학교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이곳도 발행 부수와 주기를 줄이는 등 펀딩과 매체 영향력 부문에서 고민이 깊었다. 한국 대학언론도 이 부분에 대해 깊게 고민한 뒤 독립기구화를 도모해야 한다. 일반 신문에 편집국이 있고 광고국이 있고 판매국이 있듯, 학생 신문도 경영학부 학생들이 홍보와 마케팅을 해야 한다. 새로 생긴 통합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 수입을 얻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8대 2 정도가 되지 않을까. 대학언론 지면은 그 자체로 대학의 언로가 보장되고 공론장이 있다는 상징물이다. 충성 구독자에게 배급할 수 있는 정도만 발행하고, 나머지는 디지털로 가는 게 당연한 현상이다."
▲ 독립언론 <가대알리>는 총학생회 후보자 인터뷰를 학내언론 중 가장 먼저 진행하고, 투표상황을 속보 형태로 에브리타임에 발행해 학우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 |
ⓒ 가대알리 |
"평소 저는 방송국에 보도 기능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학생 기자들이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스탠딩 리포트를 하는 게 필요하다. 편성 비율이 엔터테인먼트 7, 뉴스 3 정도는 돼야 한다. 기성의 업무방식과 조직에 매몰되지 말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 대학신문 제작 주체에 학생 뿐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대학원생, 직원, 교수 모두 참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학이 위치한 지역 주민도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학생을 주도로 대학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제작 주체가 참여하게 되면 좀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대학언론의 콘텐츠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FIXER 차종관, 대학알리 김태섭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또한 대학알리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되었으며, 마포청년나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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