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방출하라", "전반전에 왜 안빼냐?"…아직도 SON 의심하나, 이제 고작 한 경기 했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제 고작 한 경기다. 개막전에서 부진했다는 이유로 손흥민을 방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과한 반응이다.
손흥민이 그간 토트넘 홋스퍼에서 굴곡을 겪었음에도 결국에는 자신을 증명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간을 갖고 손흥민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손흥민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에 위치한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개막 라운드 원정 경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 전반 29분 라이트백 페드로 포로의 선제골로 리드를 가져왔으나, 후반 12분 잉글랜드의 신데렐라로 불리는 37세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우승을 외치며 포스테코글루 체제 2년차를 시작한 토트넘은 리그 첫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 초반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레스터와의 개막전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최전방 공격 자원이 부족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토트넘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도미닉 솔란케를 영입해 손흥민을 다시 왼쪽 측면에 배치할 수 있었다.
다만 손흥민은 본인이 최고로 자신 있어 하는 포지션에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경기 후 손흥민이 레스터전에서 몇 차례 반짝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반짝임은 빛을 바랬다며 손흥민의 경기력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골드 외에도 복수의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에게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기계식 평점으로 유명한 축구 통계 매체 '폿몹'도 손흥민에게 브레넌 존슨과 같은 평점을 줬다.
손흥민이 개막전부터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자, 영국 현지에서 손흥민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의견이 등장했다.
영국 '풋볼 365'는 경기 하루 뒤인 21일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손흥민을 선발에서 뺄 정도로 큰 용기가 있을까"라며 "손흥민의 경력은 이제 상승 궤도를 그리지 않는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건 분명하지만, 이제는 손흥민의 활약을 과거형으로 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의 캡틴이자 핵심인 손흥민조차 이제는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이 그동안 줄곧 토트넘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지만, 개막전에서 약간 부진하자 손흥민을 명단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거다.
'풋볼 365'는 손흥민이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어진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즌이 한창이었던 지난 1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다녀온 뒤 기량이 급격하게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매체는 손흥민이 지난 시즌 리그에서 17골 10도움을 기록했지만, 17골 중 대다수가 시즌 초반에 터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아시안컵에 다녀온 뒤로는 15경기에서 5골을 넣었고, 가장 최근 경기에서 2골 2도움에 그쳤다면서 손흥민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부진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은 토트넘이 보유한 공격 선택지 중 하나일 뿐, 그는 더 이상 모든 경기와 모든 팀을 상대하는 경기에서 선발 출전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이미 토트넘이 여름에 매각해야 할 선수 목록에 손흥민을 포함시켰다"며 이제는 손흥민에게 주전 자리가 당연한 게 아니라고 했다.
토트넘에서 뛰었던 제이미 오하라는 "손흥민은 전반전만 뛰고 빠졌어야 했다"는 폭언 가까운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손흥민의 기량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뚝 떨어졌다는 평가는 지난 시즌에도 나왔었던 이야기다.
영국 대표 일간지이자 정론지인 '가디언'은 지난 5월 "영국에서는 시즌 중반 선수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대륙간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위해 떠날 때 구단이 겪는 불편함에 초점을 맞춘다. 정작 선수들에게 미치는 신체적, 정신적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라며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춘 보도를 냈다.
매체는 "시즌 중반에 대륙컵에 참가해야 하는 선수들은 이해가 필요하다. 유럽에서 뛰는 빅 클럽의 스타들은 일반적으로 자국에서도 스타 선수이거나 그 이상이며, 그에 따른 압박을 받는다"라면서 "손흥민은 1월 6일부터 2월 6일까지 한국에서 7경기를 뛰었고, 2월 10일 다시 클럽에서 뛰었다"라며 손흥민을 언급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아시안컵과 대회 전후로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쉼없이 달린 손흥민은 아시안컵에서 치른 6경기에도 모두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단순히 정규시간 출전만 계산해도 540분, 연장까지 치렀던 사우디아라비아전과 호주전에 추가시간까지 포함하면 600분 이상을 소화한 손흥민이다.
'가디언'은 "요르단전 패배 이후 손흥민은 화가 나서 말을 할 수 없었고, 그가 충분히 지쳤다고 암시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손흥민은 탈구된 손가락을 묶은 채 경기를 치렀고, 이후로 손흥민은 그렇게 날카롭지 않았다"고 했다.
'풋볼 365'의 비판은 계속됐다. 매체는 토트넘이 에버턴전에서 손흥민이 아닌 최근 영입한 윌송 오도베르를 선발로 기용할 기회라면서 에버턴을 상대로 빠르고 기술 좋은 드리블러를 기용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매체는 "에버턴은 손흥민이 폼을 되찾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새로운 빠르고 기술 좋은 드리블러를 기용해 상대를 흔드는 걸 고려하는 게 더 흥미롭다"면서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손흥민을 선발에서 빼고 윌송 오도베르를 내보내야 한다'는 말은 미친 소리처럼 들렸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의견이 타당하다는 걸 부정하기 힘들다"고 했다.
'풋볼 365'가 못할 지적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손흥민이 레스터전에서 침묵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고작 한 경기, 그것도 개막전을 치렀다. 모든 선수들이 개막전부터 잘할 수는 없다. 매 시즌 초반은 선수들의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부상이 자주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손흥민 역시 컨디션이 100%일 가능성은 낮다.
손흥민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10경기나 20경기를 더 달라는 것도 아닌, 단지 몇 경기다. 손흥민은 그간 자신을 향해 의심의 화살이 쏟아질 때마다 기어코 스스로를 증명해냈다. 이번에도 손흥민에게 필요한 건 그저 시간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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