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내 몫까지 잘 살아" 마지막 연락 남기고 떠난 딸 [부천 호텔 화재]

이영근 2024. 8. 23. 07: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 5분도 못 버틸 것 같아. 내 몫까지 잘 살아야 해.”

23일 오전 2시 인천성모병원 장례식장. 전날 오후 경기 부천 소재 한 호텔에서 난 화재로 숨진 A(28)씨의 아버지(56)는 딸과의 마지막 전화 통화를 떠올리다 눈시울을 붉혔다.

A씨에게서 첫 전화가 걸려온 시간은 22일 오후 7시 42분, 화재 발생 시각 3분 뒤였다. 휴대전화 너머로 “큰일 났다. 연기가 가득 차서 나갈 수가 없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7시 47분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딸은 “5분도 못 버틸 것 같다. 내 물건은 다 버려달라. 내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22일 오후 7시39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호텔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화재로 24시 기준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뉴스1


최근 A씨는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해줬다고 한다. 사고 당일 A씨는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남기고 뒤 집을 나섰다. A씨 아버지는 “딸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딸은 집안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말한 뒤 울음을 삼켰다.

불이 난 호텔의 62개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개정된 건축 소방법상 2층 이상‧연면적 500㎡ 이상, 높이 13m 이상 건축물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전에 건축된 건물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 호텔 건물은 2004년에 지어졌다.

A씨는 생전 통화에서 “연기만 가득 차 있고 (천장에서) 물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피할 곳을 찾지 못한 A씨는 결국 객실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김영옥 기자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 사고로 23일 0시 30분 기준 사망 7명, 부상 12명(중상 3명‧경상 9명) 등 총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모두 한국 국적이다. 부상자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고가 난 숙박업소는 지상 9층짜리 건물로, 사상자 대부분 불이 난 8층 객실 인근의 투숙객으로 전해졌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