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침체 우려에 눈높이 낮추고 보수적 접근

백서원 2024. 8.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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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심 위축 새내기주...상장 첫날 공모가 하회 속출
‘미래 성장성’ 보는 기술특례 옥석가리기 본격화
기관 경쟁도 한풀 꺾여...정상화 과정이란 의견도
ⓒ픽사베이

최근 상장 첫날 주가가 급락하는 새내기주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으로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과 고 평가됐던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공모주 시장 전략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주 투자의 기대 수익이 점차 낮아지면서 기업공개(IPO) 위축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케이쓰리아이와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지난 20일 나란히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뒤 전날(22일)까지 3거래일째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마쳤다. 케이쓰리아이는 전일 종가 9470원으로 공모가(1만5500원) 대비 38.90% 내려왔고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공모가(2만9000원)보다 9.31% 하락한 종가 2만6300원을 기록 중이다.

앞서 지난달에도 이노스페이스와 엑셀세라퓨틱스, 뱅크웨어글로벌이 상장일에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마감하면서 IPO 시장의 침체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지난해 6월 말부터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이 가능해진 뒤 올해 상반기에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은 급등 랠리를 벌였지만 하반기 들어 다른 양상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신규 상장 기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하는 가격으로 마감한 경우는 이노스페이스가 처음이었다. 이어 엑셀세라퓨틱스와 뱅크웨어글로벌 등 증시 입성 첫날 공모가 아래로 내려오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 종목 모두 현재까지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전날 기준 공모가(4만3300원) 대비 50.92% 떨어진 2만1250원, 엑셀세라퓨틱스는 공모가(1만원)보다 52.45% 내린 4755원에 머물고 있고 뱅크웨어글로벌 역시 공모가(1만6000원) 대비 43% 하락한 9120원을 기록 중이다.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한 종목들은 모두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은 우수하나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 부풀리기로 논란을 빚은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 기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공모주에 투자하면 무조건 수익을 얻는다는 공식이 깨지고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옥석 가리기가 치열해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공모주 가격 거품도 점차 꺼지고 있는 분위기다. 기관 수요 예측에서 이성적인 가격을 제시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올해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하단으로 확정한 곳이 두 곳으로 늘었다.

올해 코스닥 최대 공모 규모(787억원)에 도전하는 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전날 공모가를 희망 밴드(3만2000~4만2000원) 하단인 3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당초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을 5251억원으로 제시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올들어 희망 밴드 하단에 공모가를 정한 곳은 뱅크웨어글로벌에 이어 아이스크림미디어가 두 번째다. 앞서 기관 투자가들이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면서 공모주 대부분이 밴드의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이같은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다만 시장 침체보다는 과열됐던 시장이 정상화 과정에 접어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술특례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기관의 경쟁으로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공모가가 낮아지면서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도 하반기 공모주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로 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업계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공모 시장 과열 요인으로 꼽히는 기관 투자가의 재간접 펀드 활용 제재와 보호예수 관련 제도 개선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IPO를 준비하는 기업이나 공모주 투자자들도 주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반대로 시장 과열을 막는 예방 주사가 된 것도 사실”이라며 “IPO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은 증가하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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