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계' 포석 이재명에…몸푸는 '비명 3金' 행보 주목
김부겸 "대안 제시" 정치활동 재개 본격화
김경수, 野 'PK·동진정책' 실패시 재기 발판
김동연, '잠룡 입지' 굳히기…친문·친노 포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향한 '일극체제' 비판을 의식한 듯 '2기 지도부' 인선에서 통합에 방점을 둔 행보를 실행 중이다. 당내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에 중책을 맡겨 이들을 '신명계'(新이재명)로 포섭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응해 '일극체제'에서 위세가 꺾인 비명계(비이재명)의 정치활동 재개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정치 행보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왔고, 비명계 인사들의 모임인 '초일회' '민주주의 4.0' 등이 출범하거나 활동 재개를 앞두고 있다. 김경수·김동연·김부겸 등 이른바 '비명계 대권잠룡 3김'을 중심으로 일극체제에 맞설 세력이 형성될지 주목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계파색이 옅거나 친문(친문재인)계로 꼽히는 인사들을 유임·임명했다. 핵심 당직인 당대표비서실장과 정무조정실장, 수석대변인에 각각 이해식·김우영·조승래 의원이 임명됐다. 이들은 계파색이 옅거나 친문계로 거론돼왔지만, '이재명 2기 체제'에 승선하면서 신명계로 분류된다.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윤덕 의원과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진성준 의원은 2기 지도부에서 모두 유임됐다. 이 가운데 진 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해 친문계로 분류돼왔다. 특히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를 놓고 이 대표와 이견을 노출했지만 유임된 것은 통합을 염두에 둔 이 대표의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 계파를 자기 중심으로 재결집하는 행보도 도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만난 뒤, 같은 날 김해 봉하마을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날 계획이었다. 관례상의 전직 대통령 예방 의미를 넘어 당내 친문·친노(친노무현) 세력을 포섭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에 들어가며 순연됐다.
'일극체제' 불식을 위한 이 대표의 통합 행보와 맞물려 비명계 인사들도 몸풀기에 나선다. 야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내달부터 강연과 인터뷰 등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총리 측은 비명계 전선 구축설은 일축하면서도, '대안제시'를 언급하며 '이재명 2기' 체제와 거리를 뒀다. 김 전 총리 측은 "바른 통치와 정치를 촉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행보를 하려는 것이지, 정치 세력화를 추진한다거나 비명 세력을 결집한다는 추정은 과도하다"고 했다.
4·10 총선에서 낙선한 비명계 인사들도 여러 모임을 결성해 정치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 등 전직 의원들은 '초일회'라는 이름의 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친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도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결집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낙선한 비명계 한 인사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러 모임에 속한 인사들이 현재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재미있는 정치적 활동'을 계획 중"이라며 "김 전 총리도 이 대표의 일극체제에 상당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향후 비명계 결집에 힘을 보탤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경수 전 지사는 최근 복권되며 정치활동 재개의 여건이 마련됐다. 만약 민주당이 오는 10월 16일 실시될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동진 정책'에 한계를 드러낼 경우, 자연스럽게 PK가 연고인 김경수 전 지사 재기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정치 현안에 활발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김동연 지사도 대권잠룡으로 입지를 굳힐 지 주목된다. 김동연 지사는 최근 경기도로 친노·친문계 인사를 끌어 안는 포용력을 보였고, DJ(김대중) 생가를 방문하거나 추도식 등에 참석하며 '김대중 정신'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실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DJ와 인연을 맺었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지난 21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 포럼'에서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등 DJ의 동교동계와 긴밀한 관계를 보였다. 이 행사에는 이 대표도 참석했는데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권 상임고문과 김동연 지사가 나란히 자리했고, 이 대표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같은 대열에 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권노갑 고문 옆에 이재명 당대표가 아닌 김동연 지사가 자리한 것, 또 그 옆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있었던 점은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김동연 지사가 비명계 인사들을 끌어안고, 동교동계 인사들과 행보를 함께하는 장면을 봤을 때 그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작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비명계의 조직적 움직임에 대한 전망을 일축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막판에 '비명'으로 낙인 찍혀 탈락한 정봉주 전 의원을 예로 들며 당원들이 인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우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SBS라디오에서 "이재명 현상은 이재명 개인에 대한 선호 현상이 아니다. '안티'나 '아닐 비(非)', 이것은 정치를 주도할 수 없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아닐 비'자로 나왔을 때는 당원들이 인정을 안 한 것(이 입증됐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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