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소외된 이재명 2기…혁신당 '10월 재보선' 치고 나가나
'안방' 파고드는 조국혁신당 '월세살이' 불사
민주 이탈 지지층 확보 영광·곡성군 선거 '총력'
공천 노력 필요성 대두 "지선 바로미터 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기 지도부에 '호남'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놓고 뜸을 들이는 새, 조국혁신당은 10·16 재·보궐선거에 매진하며 지역 민심에 다가서고 있다. 부지런함을 보이는 혁신당과 민주당의 속도 차이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야권 전통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표(인천 계양을)를 포함해 새롭게 꾸려진 민주당 지도부의 면면은 모두 수도권과 영남에 집중되어 있다.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수석최고위원부터 전현희(서울 중·성동갑)·한준호(경기 고양을)·김병주(경기 남양주을)·이언주(경기 용인정) 최고위원 모두 지역구가 수도권이다.
고향을 살펴보면 더욱 거리가 멀다. 선산을 경남 사천에 둔 김민석 의원을 비롯해 전현희(경남 통영)·김병주(경북 예천)·이언주(부산 영도) 최고위원은 영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대표 본인도 경북 안동 예안 출신이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준호 최고위원은 전북 경선 이후 당선권에 들기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이후 수도권에서 생활해 연결고리가 강하진 않다. 광주 광산을을 지역구로 둔 민형배 의원은 8명 중 7위로 당선권 밖을 기록했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남 권리당원의 표심이 더는 '최대 승부처'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호남 출신 지도부 입성이 좌초되면서 당 안팎에서 '홀대론'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필요성은 인식하는 분위기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22일 CBS라디오에서 "호남은 최우선적인, 우리의 정신적인 바탕이 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연히 인적으로 빠진 부분이 있으면 보강을 할 것"이라면서도 "(인적 보강은) 꼭 지명직 (최고위원)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민주당이 어느 자리에 호남 인사를 배치할지 망설이는데는 이 대표 체제가 호남 민심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전당대회 대구·경북·부산 지역경선에서 각각 52.23%·47.80%·42.07%였던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호남 지역 경선에서 전북 20.28%·전남 23.17%·광주 25.29%로 20%대 초중반까지 곤두박질쳤다. 당내 최대 이벤트로 여겨졌지만 정작 전통적 지지층의 참여도가 낮아 당 내외에서 우려도 불거졌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80%대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호남 지역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전북 48.7%·전남 58.5%·광주 37.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직전 대선과 상반된 투표율에 '상실감에 빠진 호남 유권자들이 투표를 외면했다'는 해석이 대다수였다.
같은 측면에서 최근 호남 지역경선에서 두드러진 '낮은 투표율' 또한 호남 유권자들이 현 지도부 체제에 가진 '무언의 불만'이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에 투표한 20% 남짓한 유권자들은 지역에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조직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이 투표했다고 본다"며 "낮은 투표율은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묵언의 경고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선 협력하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지도부가 맘에 들진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혁신당은 '호남 정치의 복원'을 전면에 내세우며 안방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지도부 구성에서도 광주에서 여성·가족·교육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온 조윤정 전 여성비전네트워크 이사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고 지난달 31일 임명된 장성훈 당대표비서실장도 호남 출신이다.
이달 29~30일 당 워크숍을 인천 영종도에서 개최하는 민주당과 달리, 혁신당은 전남 영광에서 개최한다. 오는 10월 16일 열리는 전남 곡성군수·영광군수 재보궐선거 총력전을 위해 조국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호남 월세살이'도 예고한 상태다. 다른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인천·부산보다 가능성이 있다는 지역적 고려 아래, 표밭갈이에 나서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혁신당이 등장했던 지난 4·10 총선과 지금은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시 혁신당은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을 꺾고 비례대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유의미한 결과를 자랑하며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지만, 일면에는 우리 유권자의 '신상품'에 대한 선호와 함께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흐름의 수혜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고 '한 명의 당선자'만을 배출하는 재보궐선거의 경우 호남 유권자들이 느낄 '참신함'과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지역 정가 관계자는 "총선 당시에는 경로당까지 '지민비조'라는 말이 퍼질 정도로 선거 자체와 상황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큰 상황에서, 더군다나 군수 선거라는 점에서 두 당 모두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을 경우, 혁신당이 민주당에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은 "워낙 민주당에 대한 호남인들의 지지가 있기 때문에 조국당의 선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텃밭을 지켜내기 위해 공천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도 변수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내 불거진 공천 파동이 민주당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까지 이어지면서 지역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졌었다.
또다른 지역 정가 관계자는 "후보자의 자질 등이 유권자의 기대에 못 미치면 지역 민심이 출렁거릴 수 있다"며 "결국 혁신당의 패배로 끝나더라도 몇 퍼센트의 득표율을 올리느냐에 따라 2년 뒤 지방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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