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밤 12시 불 안 꺼진 학원…심야교습 적발 3년만에 4배
" 여름휴가 때문에 학원에 결석했다면서 너도나도 보강을 요구합니다. 학생들이 다른 학원도 다니니까 도저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죠.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수학학원 강사는 이번 여름방학에만 6번이나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보강 수업을 했다. 학부모들의 요구 때문이다. 그는 “밤 10시에 수업을 마치고 1~2시간씩 더 가르쳤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심야 교습은 요즘 흔한 일이 됐다고 한다. 대치동의 한 사회 강사는 “목표 점수를 넘을 때까지 계속 시험을 치는 학원에 학생들이 많이 다닌다”며 “형태는 자습이지만, 강사가 새벽 2시까지 같이 남아서 봐준다”고 했다.
심야 교습 적발, 3년 만에 서울 3.6배, 경기 4배
경기도교육청이 적발한 건수도 2020년 38건에서 2023년 152건으로 3년 만에 4배가 됐다. 올해에도 벌써 102건이 적발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1년 안에 두 번 적발 시 영업정지(7일), 세 번이면 학원 등록이 말소된다”고 설명했다.
학원 심야 교습이 금지된 건 2008년부터다. 사교육비 경감과 학생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서다. 서울이 관련 조례를 처음 제정했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퍼졌다. 서울·경기 지역은 학원과 교습소가 밤 10시까지 수업할 수 있다. 인천은 초·중·고 교습 시간에 차등(밤 9시~11시)을 뒀다.
보강 원하는 학부모, 입소문 노리는 학원들
교육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심야 교습이 증가한 건 학부모와 학원의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학기 중에 내신 대비, 방학에는 보강 등을 이유로 심야 교습을 원한다고 한다. 한 수학 강사는 “자녀가 집에 와봤자 새벽까지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니까 차라리 학원에 붙잡아 두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학원 입장에선 학생 관리를 잘한다는 입소문을 낼 수 있다. 학원들이 단속에 적발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심야 교습을 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학원 강사는 “자정까지 일부러 애들을 붙잡아 두는 학원도 많다”며 “늦게까지 공부를 시킨다고 하면 학부모가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산의 한 수학 강사도 “몰래 수업하는 학원들이 단속에 안 걸리는 방법을 무용담처럼 공유한다”고 했다.
사교육 수요 안 꺾여…“새벽까지 수업→보강→스카”
사교육 시간이 증가할수록 학생들의 수면권은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청소년의 평균 주중 수면시간은 2020년보다 8분 짧아진 8시간 12분이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학생들이 10시까지 학원 수업을 듣고, 12시까지 보강에 이어 새벽 1~2시까지 스카(스터디카페)에 있다”며“사교육 과열은 아동·청소년의 건강권과 여가권에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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