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 노래에 꽂혔을까

맹경환 2024. 8. 2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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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당신의 음악 취향은
수전 로저스·오기 오가스 지음
장호연 옮김
에포크, 404쪽, 2만2000원
게티이미지뱅크


정말 음악에 대한 취향은 천차만별이다. 한때 ‘뽕짝’이라는 말로 폄하되기도 했던 트로트는 최근 열광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 그래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트로트가 체질적으로 싫다는 사람도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재즈를, 어떤 사람은 팝을 좋아한다. 같은 노래라 하더라도 원곡보다 커버 가수가 부른 노래에 더 끌리기도 한다. 또 같은 곡을 듣더라도 어떤 사람은 가사에 감동하지만 누구는 멜로디에 몰입하기도 한다. 모두 음악을 듣는 청자로서 나름의 음악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정체성을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책은 모호하게만 생각하던 각자의 음악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서다. 책은 “음악정체성을 이해하게 되면 음악에 더 몰입하게 되고, 더 풍요로운 음악 생활을 하게 되고, 항상 좋아했던 음악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에 대해 새롭고 놀라운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간단히 저자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주 저자인 수전 로저스는 198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뮤지션 프린스의 녹음 엔지니어로 발탁된 뒤 20여년간 음반 제작 현장에서 수많은 앨범의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이후 음악과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 캐나다 맥길대학에서 음악 인지 및 심리음향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는 미국 버클리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자인 오기 오가스는 미 보스턴대 신경과학 박사 출신인 과학 저술가다. 참고로 둘의 음악적 취향은 상당히 다르다.

책은 음악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7가지 차원을 제시한다. 모든 예술을 관통하는 미적 차원의 진정성, 사실성, 참신성과 함께 음악적 차원의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등이다.

진정성을 설명하면서 미국 시골 마을 출신의 세 자매로 구성된 록밴드 ‘섀그스’를 사례로 든다. 이들의 아버지는 딸들이 위대한 밴드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믿고 혹독하게 훈련시켜서 음반을 내도록 했다. 그렇게 나온 음반이 1969년 발매된 ‘필로소피 오브 더 월드(Philosophy of the World)’였다. 물론 철저하게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며 사라졌다. 하지만 1980 년에 반전이 일어난다.

우연히 섀그스의 음반을 손에 넣은 한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의 키보디스트가 감탄했고, 음반사를 설득해 재발매에 이른다. 음반이 다시 나오자 평론가들은 환호했다.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값을 매길 수 없고 시간을 초월하는” 앨범이라고 평가했고 아방가르드 록의 선구자 프랭크 자파는 “비틀스보다 낫다”고 칭찬했다.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지도 않고 연주와 보컬도 형편없었던 섀그스의 음반에서 전문가들이 본 것은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표현하는 ‘진정성’이었다. 진정성은 ‘음악 연주가 표현하는 감정이 꾸미지 않은 진짜라고 믿는 주관적인 신념’으로 음악에 생명을 불어넣는 정수라고 책은 설명한다.


진정성은 ‘목 아래(심장)에서 나오는 음악’과 ‘목 위(뇌)에서 나오는 음악’으로 구별된다. 목 아래에서 나오는 음악은 보통 ‘소박한 예술’로도 불린다. 가식이나 허영으로 얼룩지거나 음악 규칙과 이론에 휘둘리지 않는 예술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섀그스의 음악이다. 목 위의 음악은 고도로 숙련된 음악적 기법을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이지적인 음악이다. 바흐의 기악곡을 연상하면 된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섀그스나 바흐의 음악에는 모두 진정성이 있다. 다만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사실성은 추상성과 함께 보면 이해가 쉽다. 사실적인 음반은 진짜(어쿠스틱) 악기의 소리와 뮤지션 특유의 연주 스타일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사실적 음반을 좋아하는 청자는 실제 뮤지션이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길 좋아하고, 혹은 자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따라하기도 한다. 추상적인 음반은 컴퓨터가 제어하는 기계 기반의 소리로 만들어진 음반이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히트곡은 ‘추상적’이다. 추상적 음반의 장점은 재료(악기)의 한계를 뛰어넘어 음악가가 원하는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는 때로는 모순적일 수도 있다. 음악은 사실적인 것을, 미술을 추상적인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책은 “인간의 시각회로와 청각회로는 독립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참신성은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성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대개 음반 판매량은 익숙함과 참신함의 중간 지대에 위치할 때 가장 많다.

미적 차원에서 바라본 개개인의 음악 정체성은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된다. 목 위와 목 아래, 사실성과 추상성, 참신함과 익숙함 사이를 오가는 하나의 축 어딘가에 놓인다고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등 음악적 차원은 다양한 특질로 이뤄진다. 책은 “네 가지 음악적 차원은 사실 음악적 공간으로 표현해야 옳다”고 했다.

예를 들어 멜로디는 넓은 음역을 가질 수도, 좁은 음역을 가질 수도 있다. 또 스타카토(각각의 음을 뚜렷하게 분리한다)와 레가토(음들을 부드럽게 붙인다) 양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청자들은 샤워하면서 흥얼거리는 쉬운 멜로디를 선호하기도 하고, 사회 비판적인 가사 혹은 내 얘기 같은 가사에 끌리기도 한다. 리듬감을 중시하는 사람은 라틴 음반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각각의 음악적 차원에서 자신과 최적의 지점이 정확히 일치하는 음악을 듣는다면 듣자마자 ‘첫 귀’에 반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제각각이다. 책은 “음악적 로맨스가 다양하다는 것은 음악을 발전시키는 힘이자 음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라며 “저마다 음악을 갈망하는 마음이 모여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 된다”고 말한다.

⊙ 세·줄·평 ★ ★ ★
·제목만 보면 그저 그런 대중서 같지만 깊이가 있다
·나뿐만 아니라 남들이 왜 그 음악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유명 뮤지션들의 풍성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덤이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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