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영화 티켓값

한승주 2024. 8. 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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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화면과 좋은 음향, 적절한 온도.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인 '눔베오'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한국의 영화 티켓값은 11.23달러(약 1만5000원)다.

영화 티켓값을 1인당 명목 GDP 대비 환산하면 0.033%로 미국(0.016%)의 2배 수준이다.

영화배우 최민식은 "극장 티켓값도 많이 올랐잖나. 좀 내리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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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큰 화면과 좋은 음향, 적절한 온도. 극장에 불이 꺼지면 영화와 오롯이 마주하는 몰입의 시간이 펼쳐진다. 집에서 OTT로 영화를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런데 이런 기쁨을 누리는 것도 쉽지 않다. 티켓값 때문이다.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극장 나들이는 부담스럽다. 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 4D 등 특별관 상영작은 2만원이 넘는다. 팝콘과 콜라까지 먹으면 4인 가족 극장 나들이에 10만원 정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한국의 영화 티켓값은 세계적으로도 비싼 편이다.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인 ‘눔베오’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한국의 영화 티켓값은 11.23달러(약 1만5000원)다. 조사 대상국 96개국 중 27위다. 영화 티켓값을 1인당 명목 GDP 대비 환산하면 0.033%로 미국(0.016%)의 2배 수준이다. 지금 가격은 코로나19로 극심한 손실을 본 멀티플렉스 3사가 똑같이 끌어올린 것인데, 시민단체들은 담합과 폭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상태다. 수면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던 비싼 티켓 가격 문제가 최근 공론화됐다.

영화배우 최민식은 “극장 티켓값도 많이 올랐잖나. 좀 내리라”고 쓴소리를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고 했다. 그러자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영화관 편을 들었다. 최민식의 발언에 대해 “무지한 소리”라며 “영화관 사업은 땅 파서 하나, 아니면 자선사업으로 알고 있나”고 반박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보탰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으면 비싸더라도 극장을 찾을 텐데 그럴 만한 작품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신작 영화의 가뭄이자 평도 썩 좋지 않다.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고 관객이 들면서 영화관 매출이 회복되고 티켓값도 내려가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번 논란이 극장과 영화산업의 위기를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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