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민주당, 정치 너무 거칠게 한다

손병호 2024. 8. 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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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논설위원

입법 활동, 상임위 운영, 회의
발언, 당원 활동 등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억세고 시끄러워져

수권은 세력 전체가 하는 것
구성원들의 이런 정치 행태가
바뀌어야 국민 마음 얻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상 목표는 차기 대권을 쟁취하는 일이다. 그는 전당대회 당선 연설에서도 ‘수권 정당’ ‘집권 플랜’ 등을 강조했다. 수권은 대선주자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수권은 세력 전체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구성원들이 수권을 할 만큼 국민 마음을 얻고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주자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그를 떠받치는 세력이 별로면 국민은 표를 주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지금 민주당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가. 보는 눈이야 다 다르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너무 거칠고 시끄럽게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정치 스타일은 윤석열정부 들어 계속 억세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도 힘겨운 야당 생활을 했지만 지금처럼 요란스럽게 정치를 하진 않았다. 민주당 전체가 그런 모습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지금은 시끄럽고 거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누가 그런 정치를 하는가. 우선 요즘 가장 뜨거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그렇다. 민주당 소속 위원장들의 품격 잃은 회의 진행, 일부 의원의 몰아붙이기식 질의, 여당 의원과의 고성과 삿대질, 다수 국민은 별 관심 없는 잦은 청문회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다. 회의만 열렸다 하면 뉴스가 마구 쏟아진다. 그것도 대부분 볼썽사나운 얘기가 실린 뉴스다.

신임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구성 자체가 목소리 크고, 강성인 이들이 많다.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면 여권을 향한 비난이 그칠 새가 없다. 제일 시끄럽고 공격적이고 눈에 띄게 비난해야 지지층이 좋아해서인지 거친 발언에 경쟁이 붙은 듯하다. 예전엔 지도부 멤버 간 역할 분담도 있고 해서 한둘 정도만 상대를 비난하고, 나머지는 다른 목소리를 냈는데 요즘은 대부분이 여권 비난에 매달린다.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원내대책회의도 풍경은 비슷하다. 아울러 입법 활동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게 일상화되는 등 민주당 주도의 국회 운영 자체가 이전 국회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칠어졌다.

강성화된 당원 활동도 시끄러운 정치의 한 축이다. 전대 때 김두관 당대표 후보와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된통 당했듯 강성 당원들이 원하지 않는 목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허용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배척하고 응징한다. 의원만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극성스러운 당원 활동도 국민들한테 보여지는 민주당 정치의 한 부분이다.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지만 당원 활동이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당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

정치란 게 상대적인 것이어서 야당의 이런 모습이 한편으로는 윤석열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작용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실제 민주당에선 ‘저쪽이 오죽하면 우리가 이러겠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권 정당이 되겠다면 ‘저쪽이 그러니 우리도 이러겠다’는 태도여선 안 된다. 상대 모습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의 정치가 국민 마음을 얻는 정치냐, 아니냐는 것이다. 유권자들도 그걸 본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비슷하거나 민주당이 여당에 한참 못 미치게 나왔다. 170석 민주당이 108석 여당에 밀리는 것은 이렇듯 거칠고 시끄러운 정치, 국민 마음을 못 얻는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갤럽이 지난달에 유권자 4003명의 이념 성향을 조사했더니 중도층(의견 유보 포함) 42%, 보수층 31%, 진보층 27%로 나왔다. 우리 정치가 의석수 분포로는 거대 양당 체제이지만, 유권자 성향 분포에선 1강(중도) 2중(보수·진보) 구도인 셈이다. 결국 42%의 중도층 마음을 얻지 못하면 차기 지방선거도, 대선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이들 중도층이야말로 시끄러운 양 극단의 정치, 품격 없는 언행의 정치, 남을 때려서 주목받는 정치,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를 진짜 싫어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 대표와 민주당 바람대로 수권 정당이 되려면 지금같은 거칠고 억센 정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민생 정치나 먹사니즘 정치를 구현하겠다지만 무엇을 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국민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말과 행동, 상임위 활동, 일방적 입법, 과도한 팬덤 활동 등 지금의 정치 스타일을 싹 다 바꿔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은 전반적으로 너무 흥분돼 있는 듯하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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