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여름날의 편지

2024. 8. 23. 00:3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침에 비가 내려 오늘은 바람이 선선합니다.

처서 지나면 대추 알도 굵어지겠지요.

토지문화관에서 보낸 선생님의 팔월은 어땠나요? 마주치면 눈인사만 하다가 편지를 쓰려니 어쩐지 쑥스럽군요.

저도 이 편지로 토지 완역본 출간을 축하하는 마음을 대신합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아침에 비가 내려 오늘은 바람이 선선합니다. 처서 지나면 대추 알도 굵어지겠지요. 목하 가을입니다. 토지문화관에서 보낸 선생님의 팔월은 어땠나요? 마주치면 눈인사만 하다가 편지를 쓰려니 어쩐지 쑥스럽군요. 선생은 요시카와 나기 선생과 팀을 이뤄 박경리 소설가의 ‘토지’ 스무 권 완역을 앞두고 있다고 했지요. 거의 10년 만이라 했습니다. 장장 10년이라니. 넌지시 소감을 묻자 항상 ‘다음 권으로 이어진다’라는 문장으로 매듭지었는데, 이번에 ‘끝’이라고 마침표를 찍고 나니 눈물이 조금 났다고 말했지요. 담담히 듣고 있었지만, 저도 속으로는 격렬하게 손뼉을 쳤답니다.

얼마 전 버스정류장에서 친구를 배웅하는 시미즈 선생을 마주쳤지요. 그 친구분은 일본 쿠온출판사의 대표라 하셨습니다. 쿠온출판사라면 저도 조금 인연이 있다고 했지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48개국 108명의 시인이 연시를 써서 앤솔러지를 낸 적 있는데, 저도 참여했거든요. 한국에서는 안온북스에서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작가들이 집필하는 공간이니 이런 우연은 예삿일이겠지요. 정작 재밌는 일은 다음에 일어났어요.

선생께 최종 교정을 앞두고 시집에 수록된 일본어 문장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었어요. 아, 먼저 이 얘길 해야겠군요. 저는 일본어 번역가인 심혜경 선생께 일본어를 배운 적이 있어요. 그 인연으로 먼저 심 선생께 문장 번역을 부탁드렸고요. 시미즈 선생은 어떻게 번역하실지 궁금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놀랍게도 두 분이 친구 사이였습니다. 심 선생이 일본에 갔을 때 시미즈 선생을 만나기도 했다니, 이 무슨 재밌는 우연인가요. 며칠 뒤 선생은 이 이야기를 칼럼에 썼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 편지로 토지 완역본 출간을 축하하는 마음을 대신합니다. 작은 다리 옆에서 구름을 올려다보던 여름날을 산뜻하게 기억해 주세요. 안녕히.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