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에 발목 잡힌 한은의 금리 결정 딜레마

2024. 8. 2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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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 3개월 전보다 0.1% 포인트 낮췄다.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인데 정작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50%로 13개월 연속 동결했다.

한은의 경제 전망과 금통위 결정은 내수 살리기냐 부동산(가계부채) 안정이냐의 기로에 있는 한국 경제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한은이 연 3.5%까지 올린 기준금리 인상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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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 3개월 전보다 0.1% 포인트 낮췄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이 후퇴 조짐을 보이고 물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인데 정작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50%로 13개월 연속 동결했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리 인하가 집값 급등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의 경제 전망과 금통위 결정은 내수 살리기냐 부동산(가계부채) 안정이냐의 기로에 있는 한국 경제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이를 해결하려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만으론 역부족이다. 정부와 대통령실 등 정책 당국의 협조와 공동 대응, 시장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하다. 이 총재가 이날 “부동산 문제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공조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그런데 금통위가 끝난 직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내수진작 측면에서 (금리 동결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금통위 결정에 대해 언급한 것부터 경솔한 일이지만 현재의 딜레마 상황을 상당부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초래했다는 점에서 그가 할 소리는 아니다.

2020~21년 연속 100조원대가 늘어난 가계대출은 2022년 약 9조원이 감소했다. 한은이 연 3.5%까지 올린 기준금리 인상 덕분이다. 지난해 약 10조원 늘었지만 대처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올들어 부동산 경착륙을 막는다며 저금리 정책금융을 쏟아내 대출을 부추겼다. 급기야 7월 시행 예정이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두 달 연기하자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이 7월에 사상 최대폭(7조6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이달도 14일까지 4조원을 넘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5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 당국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등 대출 규제에 부랴부랴 나섰지만 버스 떠난 뒤 손 흔든 격이다.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냉온탕 정책을 펼치고선 한은에 왜 금리 인하를 안 하냐고 타박할 수 있나.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 했다. 위기의 위력을 키우는 데 일조한 현 대통령실 등 당국이 전 실장의 경고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 탓 말고 정부가 제 역할을 잘 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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