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주목되는 해리스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사진 왼쪽) 현 부통령이 ‘반 트럼프 전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민주당이 오랜만에 승기를 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 분열이 여전한 미국에서 오는 11월 대선은 누가 보더라도 박빙이 될 것이다. 그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칠까. 지금까지 포퓰리즘적 경제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외교·안보 분야는 이렇다 할 만한 정책이 없었다. 하지만 국제 정세, 아시아, 그리고 한반도에서 그의 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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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계승 예상
동맹·AI·우주·젠더 이슈 중시
민주당 내부 좌파의 영향력 주목
」
해리스 행정부가 출범하면 많은 부분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 재임 당시 부통령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특정 정책을 강하게 미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검사 출신답게 해리스 후보는 부통령으로서 종종 당연시되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심문하듯 송곳 질문을 했다. 해리스 후보의 리더십은 이념가나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실용주의적일 가능성이 크다.
참모들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의 세계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이 좋은 사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우크라이나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 정세를 독재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의 충돌로 설명했다.
참모들은 그녀가 ‘원칙에 입각한 글로벌 관여’에 큰 관심이 있다고 전한다. 외교 정책 목표를 설명할 때 ‘규칙과 규범’을 반복해서 언급하는데 전직 검사이자 주 법무부 장관 출신인 그가 국제 정치를 법률과 규범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리스 후보는 검사(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공통분모가 있다.
아시아 정책을 보면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 축, 그리고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결과물의 지속성을 계속 강조한다. 중국에 대해 현실주의자인 해리스 후보는 남중국해, 인공지능(AI), 역내 영향력 등 주요 이슈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해리스 후보의 안보 자문은 유럽과 중동 전문가인 필 고든, 국가안보 전략통인 레베카 리스너가 담당하고 있다.
부통령으로서 해리스는 아시아보다 유럽 순방을 더 많이 했고, 아시아 순방은 주로 동남아에 집중했다. 해리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아시아 정책을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 같은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을까 싶다. 바이든 대통령보다 해리스 후보는 AI와 우주, 젠더, 기후문제에 더 특별한 관심을 보일 것 같다.
해리스 후보의 아시아 정책 방향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팀 월즈(오른쪽) 부통령 후보(미네소타 주지사)를 보면 된다. 월즈 후보는 중국에서 1년 정도 영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는데 공화당은 이를 빌미로 그를 친중 인사라 공격한다. 그러나 월즈 후보는 중국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 왔고, 역내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해리스 후보의 외교 정책은 일견 안심되긴 하지만 우려도 있다. 통상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전향적이지 않다. 해리스 후보의 참모들은 ‘노동자 정책’이란 단어를 ‘통상 정책’ 대신 쓰는데 이는 사실 진보 세력의 영향이 느껴진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진보적 좌파가 해리스 행정부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보일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 내부의 여러 계파 연합으로 꾸린 정부였다. 중도가 국가 안보를, 진보적 좌파는 통상 정책을 담당했다. 그런데 해리스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은 청년 진보 세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대선에 승리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진보적 좌파는 주장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전 의원의 참모들과 미국의 대외 군사 행동 축소를 주장하는 ‘자제파(restrainer)’에 연계된 싱크 탱크 전문가들은 이미 해리스 행정부의 주요 보직 후보군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중국과의 긴장 완화, 북한과의 평화 협정, 기후 변화를 우선순위에 두는 정책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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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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