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억의 마켓 나우] 남 일 같지 않은 유럽의 오버투어리즘 몸살
스페인 지도를 보면 바르셀로나 바로 밑에 있는 섬이 마요르카다. 흔히 독일의 ‘17번째 주’라고 불리곤 한다. 일 년에 1400여만 명의 관광객이 인구 94만여 명인 이 섬을 찾아오는데 세 명 중 한 명이 독일인이다. 지중해성 기후로 사철 휴가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이강인 선수가 이곳 축구클럽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이 섬 주민 100여 명이 해변에서 관광객 통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관광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해변을 돌려 달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관광객이 너무 몰려 살지 못하겠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시위자들은 정부에 관광객 상한선을 정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달 바르셀로나·암스테르담·베네치아 등지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잇따랐다.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관광객이 몰리는 바람에 현지 시민들이 교통혼잡, 임대료 상승 같은 여러 불편함을 느끼고 환경이나 관광자원도 훼손된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과잉관광)인데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한 해 2000만 명 넘게 방문하는 인구 4만9000명 베네치아는 지난 4월 25일부터 주말에 오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5유로(약 7400원)의 입장료를 부과했다. 관광객이 오히려 더 몰렸다. 베네치아 시의회에서는 이 대책이 실효가 없다며 현재 하루 8만 명 정도인 방문객 수를 5만 명으로 상한선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시민의 40%가 관광에 의존하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관광객 수 상한선 제정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관광객 입국자 기준으로 세계 1위인 프랑스는 GDP의 9.7%를 관광산업이 차지한다. 2위 스페인은 15%, 4위 이탈리아는 10.5%다. 관광산업 비중이 이처럼 높기에 경제성장 기여,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관광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3일 자에서 오버투어리즘 대책을 심층 분석했다. 암스테르담처럼 체류세를 아무리 올려도 고흐박물관을 보려는 사람들은 암스테르담으로 오기에 효과가 미미하다고 분석한다. 또 입장료나 체류세 등의 세금은 많이 징수돼도 인프라 개선 등 관광 목적에만 투자되는 게 아니어서 효과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따라서 관광 성수기에 가격을 더 올려 받는 이중가격제나 혼잡세를 관광객에게 추가 부담하게 하는 게 오버투어리즘에 더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오버투어리즘은 비단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가 70만 명 정도인 제주도에 연간 1300만 명이 넘게 방문한다. 현지인들은 숨 쉴 공간을 요구하고, 관광객들은 불친절과 바가지요금을 호소한다. 관광과 삶의 질을 적절하게 고려하는 대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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