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낮은 혼인율과 연애산업 호황의 역설
영국 속담에 ‘돈 없이 연애결혼 하면 즐거운 밤과 슬픈 낮을 갖게 된다’는 말이 있다. 젊은 혈기에 사랑만으로 결혼하는 시대는 옛날에도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나 보다. 이제 우리는 연애-결혼-출산이라는 과정이 무너진 세상에 살고 있다. 2022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자. 한국의 청년 중 65%가 비(非)연애, 그중 70%가 자발적 비연애를 선택했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성관계 횟수는 해를 거듭해 감소했다. 2006년 조사(프랑스 현지 매체 리베라시옹과 프랑스여론연구소)에서 18~24세 응답자 중 5%만 ‘1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024년 조사 결과 이 수치는 28%까지 올랐다. 어디 프랑스뿐인가? 젊은이들의 ‘혼자도 벅차다’는 인식 변화는 주요 선진국의 뉴노멀로 정착했다.
혼술에 혼밥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연애산업은 호황이다. 청년 세대는 환승연애, 솔로지옥을 포함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 본인은 현실적 이유로 연애에 따른 감정 소비를 원치 않지만 연애의 대리만족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의 열렬 시청자라니 묘하다.
실제 연애에 적극적인 청춘은 상대방 탐색에 과거보다 과(過)몰입한다. ‘틴더’, ‘글램’, ‘위피’ 같은 데이팅 앱 시장이 호황이다.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만 만나려는 소비자 욕구를 위해 만든 온라인 서비스다. 적절한 ‘필터링’으로 사용자를 선별하고 ‘매칭’ 과정 후에 이성 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혼인율은 줄었으나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다. 결혼과 육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시대에 자기에게 꼭 맞는 상대방을 선택하려는 청춘의 욕구는 커졌다. 혼인의 인기는 낮지만 젊은 층의 맞춤형 결혼 컨설팅엔 불황이 없다. 경제적으로 충분하지 않아도 서로를 응원할 용기가 있다면 낮과 밤이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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