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조세소위원장 자리싸움에, 석 달째 소위도 못 꾸려
여야가 중도층 공략을 명분으로 상속세 감면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등을 앞다퉈 주장하지만, 정작 세법 심사를 맡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조세소위원회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석 달째 휴업 중이다.
22일 기재위에 따르면 조세소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 속에 조세소위를 비롯해 경제재정소위·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청원심사소위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 조세소위는 정부가 제출하는 세법 개정안 등을 포함해 모든 세법 제개정안을 1차 심의하는 세법 심사의 첫 관문이다.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법안에 힘을 보태거나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동안 “국정 운영을 위해 관례대로 여당이 조세소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정부의 감세 견제와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을 위해 다수당인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민주당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여야는 이달 초 “조세소위 위원장을 맡을 시 나머지 3개 소위원장을 포기한다”는 등의 중재안을 논의했지만, 합의가 불발됐다. 그러는 사이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법 개정안과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자녀세액공제 확대(소득세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심사도 모두 멈춰 섰다.
조세소위원장 쟁탈전이 치열한 배경에는 세법을 둘러싼 여야의 정책 경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50%→40%)와 자녀 공제 상향 등의 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자 민주당은 최고세율은 유지하면서도 상속세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액을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놓았다. 종부세를 놓고도 여당은 폐지를, 야당은 1주택자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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