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서 살려달라 소리쳤다"…부천 9층 호텔 불, 7명 사망 [부천 호텔 화재]
22일 경기 부천의 한 숙박업소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 소재 9층짜리 호텔 건물에서 불이 났다. 오후 11시 30분 기준 사망자는 7명, 중상자 3명, 경상자는 9명이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한국인으로, 나잇대는 30~50대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 일부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상자들은 호텔 안 8층·9층 객실 또는 복도 및 계단 등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일부 투숙객이 건물 밖으로 나오려다가 비상구 등을 찾지 못해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창문을 통해 구조하기 위해 에어매트를 설치했지만, 투숙객 중 일부는 에어 매트로 뛰어내렸다가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헬스장을 방문했던 최준혁(25)씨는 “창문에서 남성 1명이 크게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오후 7시 40분쯤 들었고, 이후 한 여성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살려달라’고 했다”며 “일부 투숙객이 뛰어내렸고, 에어 매트에서 튕겨나오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인근 가게에서 일하는 고모씨는 “고무 타는 듯한 냄새가 나서 보니 연기가 엄청 많이 났다”며 “목이 아플 정도로 타는 냄새와 연기가 심하게 났다”고 했다.
호텔에는 외국인 투숙객도 많았다고 한다. 7일동안 이 호텔 5층에서 머무른 중국인 관광객 A씨는 “갑자기 저녁에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한국말을 잘 몰라 정확한 내용은 이해를 못했다”며 “비상벨이 울렸고 계단으로 탈출했다. 스프링클러는 없었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호텔 인근엔 부천 순천향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등 대형 병원이 많아 암 등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 외국인들이 장기 투숙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호텔 입출입자를 확인하고 있다.
2004년에 지어진 이 호텔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7년 개정된 건축 소방법에 따르면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높이 13m 이상의 건축물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전에 건축된 건물엔 개정법이 해당되지 않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병원과 노령자가 이용하는 시설 등에 대해서만 소급 적용된다”며 “호텔이라 안에 있던 인물들이 건물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우왕좌왕하다가 피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숙박업소 같은 곳엔 바깥 계단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호텔 8층 객실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화재 발생 18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2단계는 인근 소방서 5~6곳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지휘차와 펌프차 등 차량 46대와 소방관 등 150여명이 투입됐다. 이날 호텔 투숙객은 27명이었고, 불이 난 것으로 신고된 810호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초기 진압은 오후 10시30분쯤 이뤄졌고, 오후 10시26분쯤 완진됐다.
불이 호텔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인명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연기가 자욱해 소방대원들도 현장에 진입하기 매우 어려웠다”며 “혹시라도 현장에 남아있는 인원이 있는지 살피며 구조 작업을 하는 동시에 방화, 자연 발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규‧박종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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