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파묘" 백두산 천지에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김종훈 2024. 8. 2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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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사퇴 촉구... 만주 떠나기 전날 현충원투어 진행하는 이유

[김종훈 기자]

 광복절에 마주한 백두산 일출과 천지.
ⓒ 권택상
 광복절에 마주한 백두산 일출과 천지.
ⓒ 권택상
"백두산 천지에서 일출을 보면서 가족들의 건강을 바라는 소원을 빌고 있는데 옆에 있던 김종훈 기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더라고요. 현충원 독립투사 머리 위에 안장된 친일파를 파묘하게 해달라고. 그때 느꼈어요. 독립운동은 광복까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사람들이 하고 있구나."

지난 8월 11일부터 18일까지 7박 8일 동안 만주로드 1차 탐방을 진행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격살한 하얼빈을 시작으로 훈춘, 토문, 연길, 용정, 백두산, 통화, 집안, 단동, 대련과 여순까지 2200km 거리를 전국에서 모인 40여 명 시민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소감을 말했습니다. 대전에서 온 한 시민이 위와 같이 말했던 겁니다.

네, 그랬습니다. 살면서 광복절에 백두산 천지에서 일출을 마주할 수 있는 천운을 맞을 기회가 다시 올까 싶었지만 그 순간 저는 건강도,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도 빌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현충원 독립투사 머리 위에 안장된 친일파만 파묘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날이 올 때까지 부디 제가 포기하지 않게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광복절, 하얀 구름 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일출이 올라왔고, 압도적 풍광 앞에 '친일파 파묘'를 외친 겁니다.

왜 그랬을까?
 안중근 의사가 사형판결을 받은 관동법정에서. 안중근 사형선고문을 읽고 있다.
ⓒ 권택상
만주땅을 거닐며 안중근, 홍범도, 이회영, 윤동주, 송몽규, 남자현, 김동삼, 이상룡, 김원봉, 김익상, 박재혁, 최수봉, 김시현, 류시태, 황옥, 이육사, 정율성, 허형식, 윤세주, 이성우, 이종암, 황병길, 김숙경, 한상호, 윤준희, 최봉설, 임국정, 전홍섭, 김약연, 한락연, 최진동, 최운산, 서일, 양세봉, 손기정, 조지 루이스 쇼, 정정화, 김가진, 김의한, 신채호, 이화림 그리고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 한 수없는 독립투사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떠오르는 한 명이 있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정부가 새로이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입니다.

아시다시피 논란의 인물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독립기념관장이라는 인물이 취임 일성으로 '친일파 명예회복'을 내걸었습니다. 지난 9일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말입니다.

"친일인명사전의 내용들이 사실상 오류들이 있더라. 잘못된 기술에 의해서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

그는 특히 국가공인 친일파 백선엽에 대해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사실만으로 진실을 오해한 것 아니냐"며 "친일파라는 불명예를 쓰고 별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20년 백선엽 사망 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故 백선엽 장군을 추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백선엽 장군이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후 간도특설대에 근무할 때, 친일 행적이 어떠한가에 대한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6·25 때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데 가장 결정적으로 공헌을 한 '호국 영웅'을 친일파로 매도하고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라면서 "설령 고인에게 친일 시비가 있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수호한 공적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2020년 7월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 관장이 언급한 백선엽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공인한 국가공인 친일파입니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2005년 5월 31일 대통령 소속으로 발족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선정된 부인할 수 없는 친일파입니다.

2009년 위원회가 발표한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백선엽은 "1941년부터 1945년 일본 패전 시까지 일제의 실질적 식민지였던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특히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라고 기록됐습니다.

백선엽은 또한 1983년 일본에서 출간한 <대(對) 게릴라전-미국은 왜 졌는가>라는 제목의 책에서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면서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다"라고 간도특설대 활동을 인정한 바가 있습니다.

놓쳐서는 안 되는 사실은 해당 위원회는 노무현 정권 때 출범했지만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11월 활동이 종료됐습니다. 그리고 2009년 11월 이명박 정권이 발표한 국가공인 친일파에 이응준을 제외한 백선엽 등 11인이 선정됐습니다. 대한민국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이응준만이 위원회 초기인 2006년 친일파 1기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임명된 사람이 광복절을 앞두고 이런 사람을 옹호한 겁니다.

다시 만주로 떠나기 전 현충원으로 향합니다

실은 이번주 일요일(25일) 다시 만주로 향합니다. 만주땅에서 일제와 친일파, 밀정에 맞서 싸운 지사들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대로 떠날 수 없어 출발 전날 다시 현충원으로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김형석 관장 때문입니다.

광복절 새벽 백두산 천지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만주로 향하기 전 김 관장의 사퇴를 바라는 시민들께 현충원 독립투사 머리 위에 안장된 친일파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독립기념관장이 진짜로 선양해야 할 이들은 국가공인 친일파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일제, 친일파, 밀정에 맞서 싸운 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산화한 독립투사라는 사실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뜨겁고 습한 8월이지만 다시 현충원을 찾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106년(2024년) 8월 24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서울현충원 만남의집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김형석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현충원에 안장된 독립투사들에게 술 한 잔 올리는 공익목적의 행사이기 때문에 참가비는 받지 않습니다. 뜨거운 마음만 안고 오시면 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 촉구 40차 현충원투어 "누가 진짜 친일파인가?"

- 일시 : 대한민국 106년 8월 24(토) 9시 30분 ~ 12시 30분 / 총 3시간
- 모객 : 선착순 200명 / 마이크 사정으로 부득이 인원 제한합니다.
- 만나는 장소 : 서울현충원 '만남의집' 앞 (정문 좌측 위치)
- 투어순서 : 백선엽, 신태영, 이응준 등 국가공인 친일파 → '만주호랑이'로 산 독립투사들
- 해설 : 김종훈 기자 / 만주로드 기획 및 진행
- 신청 : https://forms.gle/1Za4dnzKmswwXLsd6
- 문의 : rian0605@gmail.com
 독립기념관장 사퇴 촉구 현충원투어 포스터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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