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60% "차별 경험"…셋 중 한명 "가족 등에 괴롭힘 겪어"
조현병·우울증 등을 앓는 정신질환자의 60%가 차별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명 중 1명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괴롭힘·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때도 혼자 대처하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정신질환자 및 가족지원 서비스 확충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 1078명과 이들 가족 99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됐다.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 정착하고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하기 위한 취지다.
조사 결과, 이들 환자가 정신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은 '가족·친척'이라고 응답한 비율(64.3%)이 가장 높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 재활시설이라는 응답은 61.6%였고, 평소 알고 지낸 의사를 꼽은 건 22.3%에 불과했다. 극단적 선택 위험시 대처 방법으로도 '혼자 생각한다'는 비율이 77.1%로 가장 높았다. 전문기관(20.6%)이나 가족(19.3%)에 도움을 구한다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상에서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응답자 10명 중 6명(60.1%)이 차별을 겪은 적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치료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44.5%로 가장 높았다. 취업 및 고용(27.7%), 일상생활(27.3%), 주거와 거주(24.2%), 교육(15.6%)이 뒤를 이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괴롭힘이나 폭력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31.9%에 달했다. 이런 경험을 했을 때 84.3%는 '참았다'고 답했고, 정신건강 기관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비율은 2.6%뿐이었다.
한편, 정신질환자의 가족도 신체·정신적 건강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61.7%는 환자를 돌보는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환자에게 폭력을 당한 비율도 절반 넘는 57.5%였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는 비율은 20.5%였고, 환자를 돌보게 된 이후 우울증을 진단받았다는 비율도 49.3%나 됐다.
이번 조사에선 정신질환자와 가족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도 물었다. 신체 건강 서비스 분야에서 환자는 치료비 지원(74.6%), 가족은 정기적 건강검진(78.7%)을 각각 가장 많이 꼽았다. 정신질환자의 자립 지원 서비스 분야에선 환자와 가족 모두 기초생활보장급여 및 장애수당 신청 지원을 희망한다는 응답이 각각 76.6%, 78.9%로 높았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신속한 조력을 위한 위기개입팀 운영 등 정신 응급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며 "내년부터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을 위한 주거 지원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환자와 가족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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