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사고 팔고... 지분 정리에 속도내는 효성家

박해리 2024. 8. 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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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 2개 지주회사로 재편하며 조현준·조현상 형제의 독립 경영에 속도를 낸다. 사진은 서울 공덕의 효성빌딩 모습. 연합뉴스

효성그룹이 2개 지주회사 체제로 분할한 가운데,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지분 교환이 속도를 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작고한 조석래 효성 선대회장의 장남, 조 부회장은 삼남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현준 회장은 최근 3일에 걸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신설 지주사 HS효성의 지분 33.03%를 모두 조 부회장에게 넘겼다. 지난 19일 조 회장이 가진 HS효성 보통주 일부(36만9176주)를 조현상 부회장의 효성 보통주(40만6459주)와 맞교환했고, 21일엔 남아있던 86만1411주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조 부회장에게 모두 매각했다. 이에 조현상 부회장의 HS효성 지분은 55.08%로 늘었다.

조 회장은 기존 지주사 효성의 최대주주(42.02%)이지만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효성 지분 14.06%를 아직 갖고 있어, 형제간 지분 매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향후 두 형제의 독자 경영에 관심이 주목된다. 신설 지주사인 HS효성은 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HS효성토요타, 광주일보 등 6개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전체 매출규모는 7조원대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오른쪽)이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핵심은 매출 3조원대인 HS효성첨단소재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고, 최근에는 탄소섬유를 신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무게는 4분의 1수준이나 강도는 10배 높아 태양광 단열재, 항공기 동체 등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신소재다.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은 AI 기반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이다. 최근엔 데이터센터 내 모든 인프라를 가상화하고 소프트웨어로 자동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구현과 클라우드 기반 재해 복구 분야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우리가 하는 포트폴리오 관련 투자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등 9개사로, 화학·중공업·섬유가 주력이다. 전체 매출 규모는 17조원. 글로벌 전략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변압기·차단기·전동기 사업을 하는 효성중공업의 향후 성장성이 주목된다. 효성중공업은 이날 회사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부산대학교와 전력설비 자산관리 및 예방 진단 사업 고도화를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 영향으로 3년째 적자인 효성화학의 실적 개선은 과제다. 효성 관계자는 “스판덱스·중전기기·화학제품 등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바이오·핀테크 등 신사업 육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형제들과 갈등한 고 조석래 선대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상속 재산으로 공익재단 설립을 준비 중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5일 “조현준 효성 회장 등 공동상속인이 공익재단 설립에 최종적으로 동의했다”며 “계열분리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 등에 대해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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