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금리 또 오른다…당국 관리 '입김'에 시장금리 왜곡
우리은행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또 올린다. 전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부동산 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높인데 이어 우리은행도 인상 릴레이에 합류했다. 시장에 역행하는 대출 금리에 금융소비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7월부터 대출금리 23번 올려
우리은행이 26일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4%포인트 상향 조정한다고 22일 밝혔다. 지난달 12일부터 한 달 보름 새 6번째 인상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으로 따지면 7월 이후 23차례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했다. IBK기업은행도 27일부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주담대 금리를 0.4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뛰면서 가계 빚이 불어나자 대출금리를 높여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게 이유다. 금융당국이 21일 가계대출 점검 회의를 열고 은행권 대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 속도 조절을 강조한 이후 대출 문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더 뚜렷해졌다.
거센 당국 압박…커진 금리 왜곡
은행은 다음 달부터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내부 관리 목적으로 산출해야 한다. 정책대출과 전세대출 등도 포함된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추후 대출 한도 축소에 활용할 수 있는 관리망을 확대하는 목적이다. 그만큼 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대한 압박이 커진 것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입김'이 시장 금리 구조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채 등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하락하는데 금융소비자는 더 많은 이자를 감당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의 준거 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21일 3.239%를 기록했다. 지난 4월만 해도 3.976%까지 올랐는데 넉 달 새 0.7%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금리는 정반대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5년 주기형) 금리는 이날 연 3.64~6.04%로 집계됐다. 한 달 전(2.84~5.58%)과 비교하면 하단 금리는 2%대에서 3%대로, 상단 금리는 5%대에서 6%대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실수요자 거래 많은데…수요자 혼란 커져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불만도 커진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최근 들어 “대출 규제한다고 이미 계약한 부동산을 물릴 것도 아닌데 왜 실수요자 서민만 죽이는 것이냐”와 같은 토로가 빗발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에 맞춰 신혼집을 마련하거나 평수를 넓혀 갈아 타기하려고 했던 수요자는 오락가락하는 대출 금리에 혼란이 커졌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4051명으로, 2022년 5월(4696명)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1월(2762명)과 비교해도 47%(1289명) 늘었다.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대상 상당수가 다주택자 등 투기 세력이 아닌 실수요자로 해석할 수 있다.
상반기 은행권 이자이익은 상반기 29조8000억원(금융감독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은 감소했는데 이자이익은 유독 늘었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예금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예대마진 확대로 인한 은행권의 하반이 이자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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