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역대 최장 동결…부동산이 발목 잡았다
김동운 2024. 8. 22. 18:05
물가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 ‘인하’ 되지만…부동산 시장 우려
기준금리 인하 시기 “10월·11월 모두 포함 돼 있어” 말 아껴
대통령실 동결 결정에 “아쉽다” 이례적 발표
한국의 기준금리가 재차 3.50%로 동결됐다. 이번 동결까지 포함하면 총 13회 연속으로 역대 최장 기간이다. 최근 미국의 경기가 호전되면서 금리 하락 신호가 명백해지고 한국의 물가도 안정권에 들어오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언급하며 ‘아직 이르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물가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 ‘인하’ 되지만…부동산 시장 우려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본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3.50% 현행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 역시 지난 7월과 마찬가지로 소수의견 없는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또한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3회 연속 동결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는 한은 설립 이래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다.
한국은행은 ‘물가’만 놓고 봤을때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며 “물가수준만 봤을 땐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에는 ‘부동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어 현재는 금리 동결이 좋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며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차가 필요하고, 3개월 내인 올해 12월까지는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게 안정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만,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 등과의 ‘상충 관계’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 한국 경제 발전 방향을 볼 때 한은이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연일 상승세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 대비 3p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의 125 이후 최고치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영끌족’에 대해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는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 ‘영끌(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부담이 적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 10월이냐 11월이냐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기준금리를 오는 9월에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한국도 이에 맞춰 기준금리를 연내 인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은의 금리인하 신호는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됐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이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포워드 가이던스)을 냈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는 해당 의견이 2명에 그쳤지만 4명으로 늘며 다수가 된 것이다. 또한 종전 통화정책 의결문에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이번엔 ‘충분히’란 표현도 삭제됐다.
다만 한은에서는 금통위 회의가 예정된 10월에 금리를 내리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 내에는 10월, 11월이 다 포함돼 있다”며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할 수도 있다”고 말을 아꼈다.
기준금리 동결에 대통령실 “아쉽다” 이례적 발표
한편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이례적으로 대통령실에서 ‘아쉽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그간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지난 6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 지표인 근원 물가 지표가 최근 안정화하고 있고 다른 국가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 나타난다”며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로 지난달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내려갈 방향 밖에 없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기자설명회에서 “지금 상황이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희는 그런 견해들을 다 취합해서 듣고 그 다음에 저희 내부 토론을 통해서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기준금리 인하 시기 “10월·11월 모두 포함 돼 있어” 말 아껴
대통령실 동결 결정에 “아쉽다” 이례적 발표
한국의 기준금리가 재차 3.50%로 동결됐다. 이번 동결까지 포함하면 총 13회 연속으로 역대 최장 기간이다. 최근 미국의 경기가 호전되면서 금리 하락 신호가 명백해지고 한국의 물가도 안정권에 들어오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언급하며 ‘아직 이르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물가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 ‘인하’ 되지만…부동산 시장 우려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본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3.50% 현행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 역시 지난 7월과 마찬가지로 소수의견 없는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또한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3회 연속 동결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는 한은 설립 이래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다.
한국은행은 ‘물가’만 놓고 봤을때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며 “물가수준만 봤을 땐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에는 ‘부동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어 현재는 금리 동결이 좋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며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차가 필요하고, 3개월 내인 올해 12월까지는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게 안정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만,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 등과의 ‘상충 관계’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 한국 경제 발전 방향을 볼 때 한은이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연일 상승세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 대비 3p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의 125 이후 최고치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영끌족’에 대해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는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 ‘영끌(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부담이 적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 10월이냐 11월이냐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기준금리를 오는 9월에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한국도 이에 맞춰 기준금리를 연내 인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은의 금리인하 신호는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됐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이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포워드 가이던스)을 냈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는 해당 의견이 2명에 그쳤지만 4명으로 늘며 다수가 된 것이다. 또한 종전 통화정책 의결문에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이번엔 ‘충분히’란 표현도 삭제됐다.
다만 한은에서는 금통위 회의가 예정된 10월에 금리를 내리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 내에는 10월, 11월이 다 포함돼 있다”며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할 수도 있다”고 말을 아꼈다.
기준금리 동결에 대통령실 “아쉽다” 이례적 발표
한편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이례적으로 대통령실에서 ‘아쉽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그간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지난 6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 지표인 근원 물가 지표가 최근 안정화하고 있고 다른 국가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 나타난다”며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로 지난달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내려갈 방향 밖에 없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기자설명회에서 “지금 상황이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희는 그런 견해들을 다 취합해서 듣고 그 다음에 저희 내부 토론을 통해서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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