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기사 유족, 쿠팡CLS 대표 '중처법' 고소

박수림 2024. 8.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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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 정슬기씨 유족·택배노동자 대책위 "계속되는 쿠팡 과로사, 반복 않길"

[박수림, 이정민 기자]

▲ 쿠팡CLS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고소고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정슬기님 과로사, 쿠팡CLS 대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 정슬기님의 과로사는 중대재해이며, 중대재해처법법을 위반한 쿠팡CLS가 이 법에 근거해 처벌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고인의 과로사는 개인적 원인에 따른 것이 아니며, 쿠팡CLS의 처참한 로켓배송 시스템에 따른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며 쿠팡CLS 대표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접수했다.
ⓒ 이정민
"노동자들의 죽음보다 더 큰 재해는 없습니다. 오늘 저희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쿠팡을 고소·고발합니다." - 고 정슬기씨 아버지 정금석씨

쿠팡 심야 로켓배송을 해오던 고 정슬기씨의 유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가 홍용준·김정현 쿠팡CLS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고발했다. 정씨 사망과 관련된 고소·고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과로사는 개인적 원인에 따른 것이 아니라 쿠팡CLS의 처참한 로켓배송 시스템에 따른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며 "유족과 대책위는 쿠팡CLS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쿠팡CLS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다.

고소·고발장엔 ▲ 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종사자'에 해당하는 점 ▲ 쿠팡CLS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의 범위에서 고인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점 ▲ 쿠팡CLS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 책임자'에 해당하는 점 ▲ 쿠팡CLS 대표가 경영 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이 담겼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고용노동부를 향해 "택배 현장에 반복되고 있는 과로사 참사를 막기 위해 쿠팡CLS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라"고, 국회를 향해 "고용노동부가 쿠팡CLS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도록 책임 있게 나서라"고 주문했다.

아버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 쿠팡CLS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고소고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정슬기님 과로사, 쿠팡CLS 대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부친인 정금석씨가 준비해 온 글을 읽고 있다.
ⓒ 이정민
이날 기자회견 시작 전 만난 정씨의 아버지 정금석씨는 손으로 직접 써온 꼬깃꼬깃한 발언문을 들고 있었다. 정씨는 <오마이뉴스>에 "쿠팡에서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어서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곧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씨는 "쿠팡 로켓배송 일을 하던 아들이 가족 곁을 떠난 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지만, 남은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없어진 아이들(손주들)과 남편 없이 아이들을 돌보는 며느리가 긴 세월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도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쿠팡은 사과는커녕 유족들을 무시하고 더 아픈 상처를 주고 있다"며 "쿠팡은 카톡을 통해 아들에게 구체적으로 작업을 지시하고도 '쿠팡과는 관계가 없다', '쿠팡은 좋은 기업이다'라는 허울 좋은 말을 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지고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사건이 용납되고 방치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며 "다시는 저희 아들과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부디 택배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고인은 야간에 하루 10시간 30분씩, 주 6일 근무했다. (주 노동시간이) 무려 63시간이다. 여기에 야간노동 시간 30% 할증을 더하면 (주 노동시간은) 77시간이 넘는다"며 "과로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다. 필연적으로 과로사하게 돼 있는 구조에서 벌어진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인의 사망뿐 아니라 경기 군포시, 경기 동탄시, 제주시 등 계속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회사에서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이런 경우 회사 경영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설명했다.

"쿠팡CLS는 중대재해처벌 대상"
▲ 쿠팡CLS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고소고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정슬기님 과로사, 쿠팡CLS 대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 정슬기님의 과로사는 중대재해이며, 중대재해처법법을 위반한 쿠팡CLS가 이 법에 근거해 처벌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소속 조혜진 변호사는 "쿠팡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퀵플렉서의 사망은 고인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에도 퀵플렉서가 새벽 배송을 하던 중 목숨을 잃었다"며 "쿠팡CLS는 원청으로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를 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CLS는 '퀵플렉서(특수고용직)들이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이며 자신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쿠팡CLS와 같이 자신의 사업을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 원청에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원청이 위탁한 사업을 수행하는 사람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도 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면 (근로) 계약의 형식은 도급, 용역, 위탁 무엇이든 상관없이 종사자로 인정하고 있다. 반드시 원청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경우로 (법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직접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고 정슬기씨는 쿠팡CLS 남양주2캠프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다 지난 5월 28일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앞서 대책위는 원청인 쿠팡CLS 직원의 "달려달라"는 재촉에 고인이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했던 카카오톡 채팅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 쿠팡CLS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고소고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정슬기님 과로사, 쿠팡CLS 대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부친인 정금석씨가 생각에 잠겨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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