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세(稅)' 화두 던진 국회입법조사처…유기 확대 우려도
국회에서 반려동물에 대해 보유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의 개식용 금지 계획에 따라 사육농장에서 약 45만 마리가 풀려나는 데 재정적으로 대비하려는 차원에서다. 다만 세금 부과로 오히려 동물 유기가 늘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 현안과 관련해 “반려동물세제 도입 등 방안도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려인으로부터 반려동물 보유세(사육세)를 거둬 동물 보호 정책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이번 제안의 배경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개식용 금지 로드맵’이 있다. 정부는 올해 특별법 제정을 통해 개를 도살ㆍ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했고, 이에 따른 개사육농장의 폐업ㆍ전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유예 기간은 오는 2027년 8월까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당장 폐업ㆍ전업 지원 규모를 놓고 정부와 개사육 농장주 간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특히 농장에서 풀려날 개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문제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2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개사육농장에 남아있는 개는 약 45만 마리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법상 유기ㆍ유실 동물의 보호조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가 담당해야 한다. 현재 전국 동물보호센터가 보호하는 동물 수는 연간 10만~14만 마리 규모다. 여기에 농장에서 수십만 마리가 한 번에 풀려나면 지금의 예산과 인력, 시설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입법처는 ▶중앙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빠른 폐업ㆍ전업 지원 조치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제안하면서, ‘반려동물세제’ 도입을 통해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처는 “동물복지 업무는 지자체 사무인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선 이러한 동물복지에 드는 재정을 충당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별도 재원 마련을 통해 지지체의 각종 동물복지 정책도 보다 확대ㆍ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선 지방 정부들이 지방세의 한 형태로 ‘반려견세’(Hundesteuer)를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베를린은 첫 번째 반려견에 대해선 연 120유로(약 17만원), 두 번째 반려견에 대해선 연 180유로(약 26만원)를 부과한다. 안내견과 구조견, 동물보호소에서 입양된 개 등에 대해선 세금을 1년 면제해준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도 이와 유사하게 반려동물세를 운영한다.
특히 반려동물세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측은 후보자 시절 홍보 영상을 통해 “동물을 등록하면 세금을 조금 내는 대신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 독일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관련 연구용역서에 따르면 ‘동물복지 기금 근거 마련 및 보유세 도입’ 과제도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반려인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사는 1인 가구 이모(32)씨는 “만약 세금을 낸 만큼 동물보험 등 각종 혜택이 돌아온다면 생각해보겠지만,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 채로 내야 한다면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세 신설이 오히려 동물 유기를 늘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전적 부담이 커지는 만큼 고령 가구를 중심으로 양육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독일에서도 실효성이 없어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시골에서 노인들이 집 지키는 용으로 개를 키우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한테 세금을 내라고 하면 차라리 키우길 포기하겠다는 경우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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