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과충전' 놓고 격돌한 민관…쟁점 5가지
전기차 화재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거론된 과충전 제한 방안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화재 원인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나서 충전율에 따라 주차장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차주를 비롯해 완성차 제작사, 정부에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쟁점 사안을 정리해봤다.
과충전이 화재 위험 높인다?
서울시는 전기차 화재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완충에 가까운 과도한 충전’을 들었다. 충전율을 제한하는 게 논란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현시점에서는 제한하는 게 화재 예방에 유의미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충전율 90% 제한을 둔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완성차 제작사에서는 ‘과충전’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애초 배터리셀 제작사 차원에서 20%가량 안전마진(여유공간)을 두는 데다 배터리팩이나 완성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추가로 3~5% 정도 추가로 설정하는 만큼 차량 내비게이션 등에 표시되는 ‘100% 완충’ 역시 실제로는 배터리 용량의 80%도 채우지 않고 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많은 배터리셀 간 전압 편차로 인한 성능저하를 막기 위해 밸런싱 제어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남은 용량이 가장 적은 셀을 기준으로 하기에 마진은 더 생긴다.
현대차는 최근 낸 참고자료에서 "배터리 화재는 제조불랑, 외부 충돌 등에 의한 내부 물리적 단락으로 높은 전류가 흐르고 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화학물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산소나 가연성 부산물로 발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생겨 용량 이상으로 충전될 일은 없나?
몇 단계에 걸쳐 과충전 방지기술은 마련돼 있다. 안전마진과 별개로 충전제어기가 전류를 제어하는 한편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충전상태를 살핀다. BMS는 배터리 두뇌로 충전량을 비롯해 열화(건강) 상태, 전압편차, 절연저항, 온도, 과전압·저전압 등을 알려준다.
최근 들어선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순간단락이나 미세단락도 감지할 수 있는 BMS까지 개발됐다. BMS에서 고장 나거나 문제가 생겨도 따로 물리적인 안전 회로가 작동, 전류가 통하는 스위치를 강제로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전기차 회사가 일정 기준 이하 충전을 권고하는 것 자체가 완충이 위험하다는 걸 인정한 게 아닌가?
일부 전기차 제작사는 배터리 충전율을 차주 스스로 일정 기준 이하로 제한을 두는 기능을 뒀다. 최근 화재 사고로 불안감이 높아지자 이러한 기능을 알렸는데, 이러한 점이 충전율이 화재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게 아니냐고 일각에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기능은 화재 예방보다는 배터리를 더욱 오랜 기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권고 사안"이라며 "잦은 급속충전이나 완속이 배터리 내구성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조치일 뿐 화재 사고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충전율이 화재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발화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 전기차 화재는 왜 일어나는가?
차량이 전소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원인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과거 화재로 대규모 리콜까지 실시한 코나 전기차 제작결함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배터리셀 내부단락에 의해 불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안전연구원을 비롯해 완성차(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셀 제작사) 등이 같이 조사했다.
이후 지금껏 다양한 상황에서 불이 난 사례가 있으나 화재 원인을 특정하진 못했다. 일부 전기차에선 배터리와 무관한 부분에서 불이 붙기도 했다. 현대차는 "일반적으로 배터리 화재는 제조불량 또는 외부 충돌 등에 의해 내부에서 물리적 단락이 생기거나 양·음극 간 높은 전류가 흐르고 열이 발생해 화학물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산소, 가연성 부산물 등으로 인해 발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충전율 제한, 강제할 수 있나?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실제 90% 넘게 충전이 가능한 차량을 막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배터리 충전율을 화재 원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산권 침해로 번질 수 있어서다. 일부 아파트에선 이에 대해 논의한 결과 해당 차량에 대해 주차를 막기보다는 화재 예방·진압 설비를 추가하거나 점검받기를 권고하는 식으로 결론을 냈다. 과거 특정 유형의 차량에 대해 주차를 제한한 조치에 대해 법원이 무효로 판단한 점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합동 대책을 검토 중인 정부도 부정적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 회의에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하지 않도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필요한 내용을 같이 정하겠다"고 밝혔다. 충전율과 화재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입증된 바 없다.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르다고 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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