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야 팔린다" 이미지 생성에, 음성메모도 받아 적는 AI TV

황수연 2024. 8. 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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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대고 “이민 관련 영화 찾아줘”라고 말하니, ‘미나리’ ‘이민자’ ‘터미널’ 등의 영화 목록이 주르륵 화면에 뜬다. “첫 번째 영화를 선택하고 볼륨은 15로 높여줘”라고 하니 명령에 맞춰 영화를 틀고 소리도 키운다. 이번엔 “형사들이 치킨 파는 영화가 뭐였지?” 했더니 ‘극한직업’과 ‘킬리만자로’ 등을 띄우고 “올드보이 감독이 누구지” 하니 박찬욱 감독에 대한 설명을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22일 수원사업장 디지털연구소(R4)에서 공개한 AI(인공지능) 음성 기술이다. 기존에는 특정 채널이나 콘텐트를 틀어달라는 식의 단순 명령만 가능했다면, 이젠 똑똑해진 TV가 두 가지 지시를 동시에 이해하고 실행한다. 올해 3월 출시된 AI TV에 아직 담기지 않은 기능으로 향후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디지털연구소에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사장이 'AI 스크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똑똑해야 잘 팔린다”


이날 TV 디스플레이를 실내 인테리어용으로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배경화면’ 기능도 처음 공개됐다. 현재 감정이나 원하는 색감, 예술 장르 등을 선택하면 이에 맞는 이미지를 띄워준다. 집들이 상황에 맞는 이미지도 추천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프레임TV의 아트모드가 유명 예술작품들을 화면에 제공했다면, 이젠 한발 더 나아가 취향과 상황에 맞춰 작품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에서처럼 화면이 잠긴 상태에서 “하이 빅스비, 메모 추가해줘” 하니 대기화면 상태로 바뀌고 날씨 정보와 메모장, 기기 상태 등 필요 정보를 나타냈다. “오늘도 고생했어. 냉장고에서 멜론 꺼내 먹어”라는 음성을 인식해 이를 메모장에 입력했다. 다른 가족이 TV를 켜면 자동으로 이 메모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디지털연구소에서 삼성 AI TV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번역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사장)은 “영화 속에서 배우가 외국어로 하는 얘기를 한국말로 번역, 텍스트로 제공하는 AI 기능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라며 “내년에 기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모든 영상을 최고 해상도의 고화질로 바꾸는 ‘AI 업스케일링’은 고객 반응이 가장 좋은 AI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시연을 위해 2010년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명장면으로 유명한 거품키스 부분을 재생하니 길라임(배우 하지원)의 피부 결과 머리카락이 생생하게 표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영상 신호를 고화질로 업스케일링 한다”라며 “어떤 해상도의 영상이 들어오든 픽셀을 기존보다 더 촘촘히 박아 디테일을 살리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온디바이스(내장형) AI 서비스라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않고도 이 기능을 쓸 수 있다.

AI TV는 가전과 조명, 커튼 등 스마트기기를 모니터링, 제어하는 스마트 홈 서버 역할도 한다. 3D 지도 형태로 집안 평면도를 보여주고, 곳곳의 조명이나 에어컨 등이 어떤 상태인지 한 눈에 보여주고 원하면 원격으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디지털연구소에서 삼성 AI TV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AI 스크린 시대 열고 굳히기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올해를 AI TV 시대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AI TV를 출시하고 관련 기능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AI 가전=삼성’ 공식 굳히기 중이다. 가전 불황을 AI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올해 7월까지 AI 가전을 누적 150만대 판매했고,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상반기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서 금액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TV 시청 시간이 점차 줄고 있지만 용석우 사장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청 시간이 모바일에서 TV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대형 스크린에 여전히 기회가 있다”라며 “스포츠 생중계 등 TV 플러스(무료 TV 앱)를 통한 콘텐트를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AI TV는 단순히 TV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가진 각종 디바이스를 연결한다. 타사에 없는 차별화”라고 자신했다.

삼성은 향후 더 많은 소비자가 똑똑한 TV 서비스를 누리도록 보급형 제품에도 AI 기능을 제공하고, 올해 AI TV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7년간 새 AI 기능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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