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억 고가 인수’ 카카오엔터 임원…“아파트·금괴·다이아 샀다”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을 받는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김수홍)는 김 전 대표(62)와 이 전 부문장(49)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배임증재 및 배임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부문장과 공모해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바람픽쳐스 실소유주인 이 전 부문장은 319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하고, 김 전 대표는 그 대가로 이 전 부문장에게 12억5646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엔터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총 737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바람픽쳐스를 인수했다. 2017년 2월 설립된 바람픽쳐스는 당시 제작 활동이 전무하고, 매출도 전혀 없는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외부 회계법인의 실사 등 제대로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400억원이라는 고액의 인수가액이 결정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범죄를 은폐한 정황도 드러났다. 카카오엔터 윤리규정상 이해상충 여지가 있는 회사와는 거래가 금지되고 신고 의무도 있지만, 두 사람이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특수관계자 거래를 숨기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가 먼저 바람픽쳐스를 인수하게 한 뒤 카카오엔터가 바람픽쳐스를 인수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에 카카오 임직원뿐 아니라 사모펀드 임원조차도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전 부문장은 범죄수익으로 고가 아파트, 골드바 등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대표에게는 2019년 12월쯤 계좌 2개를 신규 개설해 각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2장을 건넨 뒤 18억원을 입금했다. 김 전 대표는 지문으로만 열 수 있는 금고에 위 통장 2개를 은밀히 보관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미술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구입하는 등 총 12억5646만원을 사용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서 넘어온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들여다보던 중 이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올해 2월과 3월 각각 두 차례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손해액 등 다툴 여지가 있고, 객관적 증거가 모두 확보되어 있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부문장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에도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지난 8일 불기소 처분(기소유예)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 부문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신청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적용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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