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의 공존의 교육, 여기서 멈춰야 하나요?
[유종성 기자]
▲ 특강하는 조희연 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공동체형 학교로 나아가는 서울교육'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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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학생들은 SNS를 통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강화되는 이주민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한국은 저항적 민족주의에서 유래하는 민족주의적 정서가 강한 사회로서 이것이 배타적 민족주의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는 민주시민교육의 지평을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차원으로 확장하여 '세계시민형 민주시민교육'을 추진한다.
둘째, 한국의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적대적 진영정치가 강화되어 왔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혐오와 적대를 쏟아내기만 하는 문화, 편견과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학생이 먼저 자신의 입장에서 토론해 본 다음에 정반대 입장에서 토론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편견과 확증편향을 극복하고 다원성을 수용하는 열린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신기술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라나는 세대는 기술과 사회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기술과 공존하는 시민, 과거의 아날로그형 직업 역량이 아니라 AI형 직업 역량을 가진 시민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넷째,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글로벌 생태위기이다. 고도산업국가로 성장한 한국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적 노력에 동참할 책무가 있다. 경제성장의 혜택과 생태적 책무 사이에서 정의로운 균형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학생과 교사가 생태적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여 학생들이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시민형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생태전환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존의 사회로 가는 공존의 교육"이다. 낯선 외국 문화, 다른 입장 및 계층, 새로운 과학기술, 생태계와 공존하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이다.
▲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의회와 정책협의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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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8월 19-20일 양일간 연세대 한국불평등연구랩이 주관한 불평등과 사회정책에 관한 국제학술대회의 공동주최기관인 서울시 교육청의 조희연 교육감이 폐막식의 축사에서 밝힌 그의 교육철학이자 서울시 교육청의 교육정책 방향이다. 평소 존경하는 친구이자 사회학자인 그의 교육철학과 정책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8월 21일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오는 29일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직교사 복직이 법적인 절차를 위반한 직권남용이라고 하여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원심을 대법원이 확정한다면 조희연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상실하고 10월 16일에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할 것을 간절하게 기대하며 기도한다. 필자는 법적 쟁점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조희연 교육감은 무죄라고 확신한다. 법원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필자는 법원을 존중하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도 내 양심에 따른 나의 판단을 바꾸도록 강요할 수는 없으며, <정의론>의 저자로서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철학자로 알려진 존 롤스도 필자의 판단에 동의하리라 믿는다.
존 롤스는 형식적 정의와 실질적 정의를 구분하였다. 일단 실정법을 위반하면 이는 형식적 정의를 위반한 것이 된다. 그러나, 그 실정법이 실질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법이라면 때로는 실질적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형식적 정의를 위반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령 유신체제 하에서 유신헌법 철폐와 민주화를 주장한 시민 불복종 행위는 실질적 정의를 위해 형식적 정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 또는 신념을 이유로 입영과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며 1950년 이후 2만 명 가까운 처벌 행렬이 멈추게 되기도 하였다.
실정법 위반 여부 자체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조희연 교육감의 경우 정치 활동이 금지된 교사들이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교사들을 특별채용이라는 법적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인지, 또는 교육감이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채용 관련 법률 조항이 위임범위를 일탈한 문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교육감이 적어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불공정하게 특별채용을 한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해직교사들을 특별채용을 한 것이 인정되는 만큼 법원이 실정법의 해석에 있어서 실질적 정의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하기를 바란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로 조희연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이 중단, 좌절되지 않기를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 간절하게 기도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진영간 적대와 혐오가 최고조로 치닫고 편견과 확증편향이 갈수록 강화되는 정치, 사회적 상황 속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추구하는 공존의 교육이 더욱 강하게 추진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는 유종성 연세대학교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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