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만남의 성지' 된 위기의 양양, 워케이션 성지로 바뀐다면[궁금증연구소]

이경호 2024. 8. 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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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놀다가는 곳에서 일+휴식 동시에
인구소멸지역, 체류인구 확대 모색
워케이션 원조는 제주…서울 급부상
양양에 위치한 데스커 워케이션 센터 [사진제공=데스커 워케이션]

‘서핑의 성지’에서 ‘MZ 해방구’, ‘즉석만남의 성지’로 변질된 강원도 양양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올 여름 강원지역 동해안 6개 시·군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작년보다 100만명 이상 증가했지만 양양은 오히려 7만7천여명 감소했다. 성수기에 양양을 찾는 이가 줄어든 이유는 휴식, 서핑 등의 키워드가 일탈, 유흥 등으로 변질되면서 가족단위 관광객이 방문을 꺼리기 때문이다.

강원일보는 최근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유흥업소가 늘면서 서핑숍 상인들과 주민들은 울상이다"면서 "서핑산업 관련 매출이 크게 줄고 야간 소음과 주차난, 쓰레기 방치 등 각종 부작용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양양은 인구가 3만명에 불과한데 체류인구는 30만명이 넘는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체류 인구가 크게 늘었다. 양양의 돌파구가 여럿 있겠지만 워케이션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CNN은 지난 2월 "한국이 세계 각지를 떠돌며 원격으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유치를 위한 비자를 시범 도입한 것이 인구감소 위기 해법 마련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제주 워케이션 홍보사진 [사진제공=제주도]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식(vation)을 합친 용어로 직장인들이 원격으로 일하는 동안 여행을 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로도 알려져 있는데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것이다.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있다. 대신 체류인구를 늘려 지역에 활력을 높이고 경제효과도 높일 수 있다.

국내 인구소멸지역에서 이런 노력을 많이 한다. 강원 영월군의 경우 지난 7월 천연기념물인 영월 고씨굴 관광지 내에 장기간 흉물로 방치된 호스텔 건물이 워케이션센터로 새 단장했다. 1층은 3개의 컨벤션 기능 공간과 영·유아 키즈카페, 2층은 초콜릿 뮤지엄 및 유치원생 등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조성했다. 3∼4층은 고씨굴 등 지역 관광지 방문객을 위한 25개 객실이, 5층은 레스토랑과 카페 등의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군은 더블리스 워케이션센터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생활인구 유입과 체류형 관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워케이션의 원조는 제주다. 올해만 이미 1만명 연내 2만명 이상을 기대한다. 제주에는 워케이션 시설인 공공형 거점 오피스 2개소, 민간형 오피스 18개소가 들어섰다. 제주는 최근 중앙대학교, 제주대학교와 협약을 맺어 계절학기 학점교류 제도를 활용해 학습과 휴가지 여행을 병행하는 개념의 ‘런케이션’을 추진키로 했다. 런케이션은 학습(Learning)과 휴식(Vacation)을 합친 용어다. 제주도는 중앙대 학생들이 계절학기 학점 취득을 위해 제주대에 머무는 동안 제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전경

해외 많은 지자체에서도 워케이션, 디지털노마드를 잡으려고 한다. 전 세계 워케이션 인구는 3500만명으로 추정된다. 워크모션이라는 곳의 분석을 보면 원격근무를 활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싱글 밀레니얼 세대와 워케이션을 하는 Z세대다. 한 도시에서 평균 6개월을 보낸다. 장기간 일하며 놀기 위해서 여러 조건이 있다. 우선 편하게 입출국을 해야한다.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별도 비자를 만드는 것이다. 비자를 발급받는게 까다롭도 자주 갱신해야 한다면 워케이션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오래 살아야 하니 방도 비교적 저렴해야겠고. 인터넷 환경도 좋아야한다. 치안, 의료, 생활비 등도 중요한 고려요소다.

워크모션이 85개 글로벌 도시에서 원격 근무의 매력과 용이성을 분석한 결과 1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이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체코 프라하,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멜버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포르투갈 리스본, 호주 시드니, 스페인 그란 카나리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등이 상위권이다. 주요 도시 가운데 일본 도쿄는 14위, 영국 런던은 24위, 프랑스 파리는 28위, 미국 뉴욕은 30위, 싱가포르는 32위다. 이곳의 조사대상에 서울은 빠져있어 순위에서 없다.

태국 방콕 시내 모습

‘노마드리스트’라는 곳에서는 생활비, 인터넷 환경, 치안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고 한달살기 비용을 공개했다. 1위는 태국 방콕(1383달러)이고 이어 태국 치앙마이(1023달러), 스페인 바르셀로나(4725달러), 조지아 트빌리시(2181달러), 서울(2579달러) 등이 상위권이다. 뉴욕은 6984달러가 필요하지만 대전은 1691달러면 된다.

디지털노마드코리아에서는 2024년 최고의 디지털 노마드 도시 10곳을 선정했다. 1위는 서울. 업체측은 "편파적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곳"이라고 했다. 태국 방콕은 가성비 최고. 이어 일본 도쿄, 태국 치앙마이, 터키 이스탄불, 포르투갈 리스본, 인도네시아 발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그리스 아테네 등이 선정됐다.

서울 청계천을 찾은 외국인들

정부는 올해부터 워케이션 비자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연봉 9천만원 수준의 고소득 외국인만 워케이션 비자를 신청할 수 있어 문턱이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정부는 장기 체류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엔터테인먼트사 연수나 K팝·안무·모델 등 분야 연수를 희망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K-컬쳐 연수 비자’를 연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해외 원격 근무자가 한국에서 일하면서 지역 관광도 즐길 수 있도록 ‘지역특화형 디지털노마드(워케이션) 비자’ 도입도 검토한다. 시범 운영 중인 ‘디지털노마드 비자’를 토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와 연계해 비자 요건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입국 절차에서의 불편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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