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성장률 하향, 부진으로 보면 안돼"[일문일답]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경기 부진 의미 아냐
물가는 2% 초반으로 안정될 것
한국은행 조사국이 22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데 대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의 일시적 요인이 예상보다 크단 점을 반영해 전망치를 낮췄다"며 "올해 성장률이 2.4%로 하향됐다고 해서 경기 침체나 부진을 얘기해야 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 조사국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수정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상반기에 안 좋았던 설비투자, 민간소비 등 내수가 나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는 기업 실적 개선과 소득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기업들의 투자 뉴스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수출과 내수 간 간극이 상반기보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4%로 0.2%포인트 내린 데 대해선 "8월부터는 기저효과 등이 상당 부분 작용하면서 2% 초반 수준으로 물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공공요금 인상 조정 등의 변동성 있겠지만 낮은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고 상당 부분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흐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전망을 상향 조정된 데 대해선 "품목별로 보면 IT 수출은 반도체 등으로 인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자동차의 경우도 하이브리드 차량 등이 대일 수출을 중심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호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은 조사국과의 8월 경제전망 설명회 일문일답.
-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지호 조사국장) 상반기 중 반도체 경기가 좋아서 반도체 기업들이 그에 상응하게 투자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보수적인 추세를 보이면서 실적이 당초 예상에 못 미쳤다. 또 항공기 도입이 해외 공급사의 생산 지연으로 제때 공급되지 못한 부분이 반영됐다. 연말로 갈수록 앞선 두 가지가 해소되면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 보고 있다.
- 올해 연간 민간소비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원인은 무엇인가.
▲(김웅 부총재보) 민간소비 전망치를 당초 1.8%에서 1.4%로 낮췄다. 크게 두 가지 원인이다. 가계소득이 개선되는 부분이 상반기에 있을 거라 봤지만 그 부분이 부진했던 점, 또 예상보다 속도가 많이 낮아졌단 점을 반영해 낮췄다. 앞으로는 하반기로 갈수록 민간소비 부분이 나아질 흐름을 예상했는데, 그 이유는 물가, 금리 측면에서 보면 하반기엔 기업 실적이 개선돼 임금으로 이어지고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또 상반기 소비가 부진했던 요인 중 하나가 물가 수준이 높았던 부분이 있었다. 그러한 부분이 해소되는 점이 반영됐다. 또 하나는 시중금리가 많이 떨어지면서 소비를 제약하는 부분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망치를 0.4%포인트 낮췄지만 민간소비는 앞으로 점점 나아지는 흐름일 것으로 보인다.
- 분기별 전망에서 3분기보다 4분기가 더 나아지는 모습이다. 어떤 요인이 작용한 건지.
▲(이지호) 올해 상반기 특징이 내수와 수출 간 간극이 컸단 점이다. 하반기에도 반도체 등 상반기 수출을 견인했던 부분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 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상반기에 안 좋았던 설비투자, 민간소비 등 내수가 나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소비는 기업 실적 개선과 소득의 영향을 받고, 기업도 투자 뉴스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 향후 수출과 내수 간 간극도 상반기보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분기별 전망에서 전제치를 조정할 때, 금리 변화의 경우 어떻게 반영했는지.
▲(김웅) 경제전망 시 기준금리 경로를 반영하는 방식은 세 가지가 있다. 경제모형에 내재적으로 반영하는 것, 혹은 단순히 금리를 몇 퍼센트로 가정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시장의 국고채 금리에 내재된 시장 참가자들의 평균적인 금리 기대를 산출하는 방법이 있다. 한은 조사국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금리를 반영해서 전망하고 있다.
▲(이지호) 시장의 금리 기대를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경로가 있다. 국채 금리에 내재된 금리를 반영하는 방법, 채권 전문가들을 설문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반영해 평균적인 기준금리 수준을 반영한다.
- 경상수지 전망이 상향됐다. 하반기 수출에 대한 평가는.
▲(윤용준 국제무역팀장) 품목별로 보면 IT 수출은 반도체 등으로 좋은 모습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하이브리드 차량 등이 대일 수출을 중심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도 호조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 최근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수출에 미칠 영향은.
▲(윤용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이끄는 건 반도체, 자동차다. 아무래도 가격 경쟁력보다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환율이 수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보지 않는다.
▲(이지호) 기업의 수익성에는 분명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창현 물가동향팀장) 환율의 물가 영향은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환율이 1330원대로 하락한 측면이 있다. 상당 기간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낮췄다. 최근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단 평가 때문인지.
▲물가는 기조적으로 2% 초반대에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측에서도 농산물가격이 2분기 들어 상당폭 둔화된 측면이 있다. 유가도 하향 조정된 측면이 있어 공급측 부담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8월부터는 기저효과 등이 상당 부분 작용하면서 2% 초반 수준으로 물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공공요금 인상 조정 등의 변동성 있겠지만 낮은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당 부분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흐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유가 전망치가 올해 하반기 84불이다. 너무 높은 수준 아닌지.
▲(김대용 조사총괄팀장) 유가는 중동 리스크가 줄어들었지만 언제 확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전망치를 바꿀 정도로 큰 상황은 아니라 보고 있다.
▲(이지호) 유가가 크게 급등락하는 건 사실이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등 펀더멘털 관점에서 (전망)한다. 현재 브렌트유 가격에 비해서는 전망치가 높아 보이는데, 한두 달 평균을 보면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물가 전망이 떨어질 수 있겠다. 보수적으로 이뤄진다고 가정한 걸로 알고 있다.
▲(박창현) 올해 현재까지 평균 유가 83달러선이다. 주요 기관의 전망치도 83~84불에서 형성돼 있다.
- 재화수출, 건설투자 외에는 작년 성장률보다 낮아졌다. 오전 간담회에서 ‘경기 부진’이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이지호) 전반적인 수준이 2.4% 성장세라면 전반적인 수치 자체로는 괜찮다. 내수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하는 게 아니냐는 부분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땐 올해 성장률이 2.4%로 하향됐다고 해서 경기 침체나 부진을 얘기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 연간 성장률 전망을 소폭 낮췄다. 그 이유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의 일시적 요인이 예상보다 크다고 했다. 어떤 일시적 요인이 어떻게 컸던 것인가.
▲(이지호) 1분기에는 대표적으로 날씨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게 큰 것 같다.
▲(김대용) 잠재성장률이 2%인데 올해 2.4%로 성장한다면 부진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도자료에서 양호한 성장세라 언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분기 성장세 중 일시적인 요인이 많았다는 걸 확인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을 소폭 낮췄다.
- 가계부채가 민간소비 부문의 제약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를 염두에 두고 언급한 건지.
▲(김웅)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나는 계층(30~40대)이 있다. 이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소비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금리의 제약 효과를 설명한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되겠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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