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대표, 우크라 지원 사격 "장거리미사일 사용 허용해주자"

박형수 2024. 8. 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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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1일(현지시간)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에 대한 사용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의 외교 정책 책임자인 보렐 고위대표는 오는 29~30일 EU 외무장관 및 국방장관 회의에서 이 문제 대해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보렐 고위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구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에 연루된 러시아 군대에게 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들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도시와 인프라를 파괴하면서도 자국은 폭격에서 안전한 러시아의 현 상황을 종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방어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EPA=연합뉴스


보렐 고위대표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침공 와중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거듭된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 호소와 맞물려 주목받았다. 앞서 미국과 영국·프랑스는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도 ‘방어용’으로 못박고, 러시아 본토 공격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단서를 달아둔 상태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지난 19일 “우리의 파트너들이 러시아 영토에서 무기 사용에 대한 권한 제한을 모두 해제한다면 우리는 쿠르스크로 진입할 필요가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용감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방의 확전 우려에 대해서도, 젤렌스키는 “쿠르스크 진격으로 ‘레드라인’을 넘으면 보복하겠다던 푸틴의 위협은 허세에 불과하단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덴마크와 스웨덴 등 몇몇 EU 국가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받은 무기에 대해 스스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호소에도 “우크라이나는 무인기(드론)으로 스톰섀도 미사일의 사거리를 넘어서는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며 장거리 미사일 사용 기준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를 장착한 영국 전투기. EPA=연합뉴스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 몰아내고 있다”


전례없는 러시아 본토 침공 3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저항을 맞아 진격 속도가 눈에 띄게 늦춰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날 러시아 전투기가 쿠르스크 전선에 유도 공중 폭탄 27발을 투하하고 최소 17차례 공습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는 쿠르스크와 접한 우크라이나의 수미주에 있는 접경지의 정착촌을 포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공격이 심화되면서 이 지역에서 4만5000명의 주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르스크 전투에 참전 중인 압티 알라우디노프 체첸 아흐마트 특수부대 사령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을 멈춰세우고 밀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동부 전선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요충지이자 교통 허브인 포크로우스크에서 20㎞ 떨어진 마을인 젤란네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21일 러시아 Mi-35m 공격 헬리콥터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에 로켓을 발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 폰툰교 파괴하고 대규모 드론 공격


반면 쿠르스크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전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자국군이 쿠르스크의 여러 지역에서 미국의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를 사용해 폰툰교(부교)를 파괴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전략연구소의 미콜라 비엘리에스코우 연구원은 “이는 우크라이나가 강을 따라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교전 중인 쿠르스크 등 여러 지역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영토 내에서 드론 45기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글루슈코보 근처의 세임 강의 폰툰 교차로를 공격한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쿠르스크 침공, 우크라의 전략적 패배될 수도”


이날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이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패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NBC는 전했다. 매체는 미국 당국자와 군사 분석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을 방어하면서, 러시아 본토에서도 전투까지 유지하려면 전선이 길어지고 공급망이 과도하게 확장될 수밖에 없다”며 “한마디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와 전장 역학, 현재 진행 중인 작전 등에 대해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쿠르스크 기습 작전은) 확실히 우크라이나의 창의성과 전장 능력을 보여줬지만,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날 러시아에선 평화협상에 대해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푸틴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디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패배까지 평화협상은 열리지 않을 것”면서 “권한없는 중재자들의 ‘훌륭한 평화’에 대한 공허한 잡담은 이제 끝났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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