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이게 청탁" 꾸짖었다…'백현동 무마 의혹' 前 대검 차장 집유

최서인 2024. 8. 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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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임정혁 전 고검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변호사법 위반 혐의 1심 공판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백현동 수사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인 임정혁 변호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조형우)는 22일 오후 임 변호사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억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임 변호사는 백현동 민간 개발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의 검찰 수사 단계 변호인을 맡으면서 검찰과의 교제·청탁을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임 변호사가 받은 1억원이 “불구속 수사 청탁에 대한 대가”라고 판단했다. 법원에서는 주요 진술에 비춰 검찰 핵심 간부를 많이 알고 있는 임 변호사가 “대검에 올라가서 불구속으로 마무리되도록 정리해보겠다”고 말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검찰청에 방문해서 백현동 수사 지휘부를 만날 수 있다는 의지를 직접 피력했거나 적어도 당연히 전제됐다고 보는 데 무리가 없다”고 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5월 30일 검찰 조사를 받다가 쓰러진 뒤 사흘 뒤에 임 변호사를 선임했고, 이날 임 변호사의 대검 방문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구속이 임박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고위직 경력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1억원에 대해 “적법하게 사건을 수임하고 받은 변호사 수임료”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착수금으로 1억원을, 성공보수로 9억원을 받기로 약정한 것은 상식에 비춰 고액”이라며 “피고인은 1쪽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변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백현동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도 알아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을 막는 것으로 피고인의 역할이 사실상 끝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가 대검찰청 방문 전에 정식으로 변호사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 역시 고의라고 봤다. 재판부는 “선임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방문 변론이 이뤄지는 것은 이런 부분들이 관행처럼 허용되는 걸로 보인다”며 “사적인 연고 관계를 부정하게 이용한 사건 청탁의 한 유형에 다름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부적절한 처신을 깨닫고 뉘우치지 않고 허위가 포함된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라고도 지적했다. 다만 임 변호사가 초범인 데다, 오랫동안 법조인으로 성실하게 근무해온 점,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많지 않아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약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양형에 유리하게 고려됐다.

한편 정 회장은 임 변호사 선임 일주일 뒤인 지난해 6월 9일 구속됐다가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정 회장에게 임 변호사를 소개해주며 약 13억 3616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이동규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은 지난 4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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