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통일 대한한국’은 또 다른 도발일 뿐”

강창욱 2024. 8. 22. 15: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북한 전문가 칼럼
“윤 대통령 통일정책, 북 정권 해체 의미”
“미 대통령 누가 되든 북, 한국에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며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한국 정부의 새로운 통일 정책은 북한에 ‘또 다른 도발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통일 방안이 북한 체제에 대한 명백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CMP는 22일 ‘한국의 최근 통일 노력은 또 다른 도발일 뿐’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북한 분석가 가브리엘라 베르날의 칼럼을 실었다. ‘한국이 제시하는 통일 비전은 북한이나 김정은 정권을 위한 자리가 없으므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제목 아래 한 줄 요약으로 뽑았다.

베르날은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새로운 통일 접근 방안을 발표했다”며 “이전 정부들은 신뢰, 화해, 협력의 기반 위에서 점진적인 통일을 추진해 왔지만 윤 대통령의 정책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반한 통일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유 통일을 위한 도전과 응전’이라는 제목의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그는 자유 통일 국가가 만들어져야 완전한 광복이라며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베르날은 “윤 대통령의 통일 구상에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대한민국의 공식 명칭인 ‘대한민국’을 통일된 국가의 명칭으로 삼아 북한 흡수를 명시적으로 지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웹사이트에 게재한 해당 칼럼.


현실적으로 북한 정부가 이런 계획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베르날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베르날은 “김정은 정권과 북한 정치체제의 사실상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새로운 통일 정책은 북한이 처음부터 통일을 포기한 그 이유를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한국이 ‘흡수 통일’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 상태’로 규정했다”고 상기시켰다. 북한은 이제 한국을 ‘불변의 주적’이자 ‘외국’으로 간주하며 화해와 통일의 파트너로 보지 않고 있다고 베르날은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의 새로운 통일 정책은 북한의 두려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북한 체제의 생존에 대한 명백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6일 “흡수 통일이 아니라 점진적·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며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지난 광복절에 정부가 제시한 통일 독트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르날은 “그러나 평양이 서울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며 “북한이 이전에 통일에 반대했다면 윤 대통령의 연설은 이 입장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재차 “윤 대통령의 새로운 통일 공식은 북한에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놓인 지금 윤석열 정부 하에서 한반도 통일은 당분간 진전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선택에 따라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베르날은 “비록 통일이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이상일지라도 단기적으로는 평화로운 공존이 목표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고, 상충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한반도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외교 재개나 남북 간 긴장 완화 가능성을 높이는 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는 쪽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베르날은 “내년 1월에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북한은 항상 한국의 주요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또 다른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