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부터 역도까지... 메달리스트들이 말하는 올림픽 뒷이야기
[이준목 기자]
"우리는 대표팀 선발전을 뚫고 올라온 세 명이다. '우리의 최선이 대한민국의 최선이다. 우리가 진짜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는 우리만의 경기를 하고오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자부심을 드높인 태극전사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8월 2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2024 파리올림픽을 빛낸 대한민국 국가대표 메달리스트들이 출연하여 올림픽 뒷이야기를 전했다.
메달리스트들의 올림픽 뒷이야기
대한민국 사격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3개를 각각 획득하며 역대 최고성적을 경신하는 역사를 썼다. 전원 2000년대 이후 출생인 반효진(10M 공기소총 금메달, 16), 오예진(10M 공기권총 금메달, 19), 양지인(25M 권총 금메달, 21)은 한국 사격이 배출한 '황금 MZ세대'로 꼽힌다.
반효진과 황위팅(중국)이 맞붙은 결승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올림픽 직전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황위팅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것은 반효진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됐다. 반효진은 "그때 소원이 생겼다. 제일 큰 무대에서 태극기를 맨위에 올리고 애국가를 듣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운명을 가른 올림픽 마지막 극적인 슛오프 상황에 대해서는 "실수했음에도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그때 '이건 나 금메달 따라고 만들어준 자리네' 싶어서 편하게 쐈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 반효진은 꿈에 그리던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던 순간을 떠올리며 "상상했던 것보다 더 행복하더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오예진은 한국 여자 공기권총 최초로 10M 금메달을 수상했다. 공교롭게도 결승전은 김예지와 함께 한국선수들간의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석권했다. 오예진은 "같은 방을 쓰면서 서로 응원하고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줬다. 결승에서 만났을 때는 같은 팀이니까 '내가 은메달 따도 금메달은 어차피 코리아인데'라며 맘편하게 했다"며 웃었다.
양지인은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보하고도 표정변화 없는 포커페이스로 '무심사격'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양지인은 "사실은 엄청 떨었다. 심장이 밖으로 나오는줄 알았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주몽의 후예'답게 남자양궁 대표팀(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은 파리올림픽에서 개인전, 단체전, 혼성까지 휩쓸며 세계최강 한국 양궁의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남자단체전에서 대표팀은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퍼펙트 골드를 완성했다.
맏형 김우진은 "누군가 한 명이 부담감을 짊어지려고 하지말자. 서로서로 채워나갈수 있게끔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며 남다른 팀워크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세 사람은 시상대에도 함께 손을 맞잡고 올라가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김우진은 개인전과 혼성까지 휩쓸리며 3관왕을 차지했고 파리올림픽 MVP에 선정됐다. 2016 리우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딴 메달까지 합치면 5개로 대한민국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김우진은 "올림픽에 3회 출전하며 개인전과는 참 인연이 없었는데, 마지막 남은 퍼즐을 맞춘 것 같아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관련 이미지. |
ⓒ tvN |
유일한 옥에 티는 박혜정이 용상에서는 2차까지 성공하며 동메달을 확보하고도, 마지막 3차시기에서 제한시간에 쫓겨 실패하는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진 장면이었다. 이는 박혜정이 아닌 코칭스태프의 실수였다. 박혜정은 "선수는 시기수랑 시간체크를 못한다. 감독님이 3차는 욕심을 내서 높게 뛰어보자고 했는데, 고민만 하고 사인을 안 했다. 바로 뛰어들어가야 해서 탄마도 못바르고 준비자세도 제대로 못했다. 촉박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뒷이야기를 전하며 아쉬워했다.
박혜정은 역도라는 스포츠의 매력으로는 의외로 '무거움'을 꼽았다. "그 무거운 걸 들었을 때 '이걸 해냈네?'라는 마음이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역도여제' 장미란을 보면서 꿈을 키운 대표적인 '장미란 키즈'인 박혜정은, 장미란의 베이징올림픽 경기를 보고 난후 스스로 안산시 체육회에 찾아가서 역도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역도의 길에 입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역도를 하는데 처음엔 주변에서 반대도 있었지만, 원반던지기 선수출신이었던 엄마의 적극적인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박혜정의 모친은 8년간 암투병을 하다가 딸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를 앞뒀던 지난 4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관련 이미지. |
ⓒ tvN |
임시현은 "10연패라는 목표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우리의 도전이 역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금메달을 지켜낸 이후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우리가 증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맏언니 전훈영은 "저희들끼리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실수했어, 잘못쐈어'라고 이야기하면 그 말이 머릿속에 박히니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긍정적인 단어로 바꿔말해 보자고 제안했고 동생들도 잘 따라와줬다"며 동생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벌써부터 다음 올림픽에서는 또 11연패를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은 양궁 국가대표로서의 영원한 숙명일터. 그럼에도 임시현은 "대한민국 양궁은 항상 최강이었으니까 가능하다고 믿는다"라고 밝히며 "해외에 나가면 대한민국 양궁이 멋있다고 이야기해주는 선수들이 많다. '내가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라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고백했다.
전훈영은 "자신감은 노력에서 나온다. 앞으로도 양궁만을 위해서 속 달려가고 싶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남수현은 "여기서 내가 제일 짱이다. 저 선수보다 내가 더 열심히 했으니까 믿고 쏘자. 어차피 내가 이긴다라고 되뇌이며 경기한다"며 자신들만의 특별한 마인드 컨트롤 비결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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