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김예지 선수의 연예 활동을 응원하는 이유

임병도 2024. 8. 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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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된 사격장, 오류 나는 표적지 상대로 훈련... 비인기종목 환경 개선되길

[임병도 기자]

  파리 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김예지가 20일 오후 봉황기 전국사격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 국제사격장에서 언론 인터뷰하고 있다. 2024.8.20
ⓒ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 선수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했습니다. 김 선수는 앞으로 광고나 드라마 등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사격 선수가 연예 활동을 하는 것은 최초입니다.

김예지 선수는 지난 20일 전남 나주에서 열린 전국사격대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하고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 "비인기 종목을 더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예능은 물론 게임 회사, 미국 기업의 광고 등도 들어온 걸로 안다. 훈련과 경기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촬영할 계획이다. (영화와 드라마 등도) 해볼 의향이 있다"면서 "사격에 좀 더 대중의 관심을 끌어오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운동만으로 기록을 내고 사격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격 같은 비인기종목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고 해도 '반짝' 인기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 이름은 잊힐 것"이라며 "인기종목이 누리는 걸 우리는 받지 못했다. 후배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여옥 코치 "25미터 사대만 있었어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한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가 시상대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2024.7.28
ⓒ 연합뉴스
김예지 선수는 여러 차례 '후배들의 좋은 환경'을 강조했습니다. 후배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기에 그랬을까요. 공기권총 10m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 선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예진 선수는 제주여상 출신입니다. 오 선수와 파리올림픽을 함께 한 홍영옥 국가대표 코치도 제주여상 출신으로 오 선수의 고교 시절 스승이었습니다. 홍 코치는 KBS제주의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 제주도에 25m 사격장에 있었더라면 오예진 선수가 올림픽 25m 종목에도 충분히 참가할 수 있었다"면서 "그 부분이 좀 아쉽다"라고 말했습니다.

제주에는 전국 사격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필요한 80개의 사대(사격을 행하는 장소)를 갖춘 경기장이 없습니다. 제주고등학교에만 유일하게 60개의 사대만 있을 뿐이지, 제주여상은 고작 12개의 사대뿐입니다. 제주에서 가장 사대가 많은 제주고등학교조차 공기권총과 공기소총 10m만 가능해 25m와 화약권총 사격은 불가능합니다.

오예진 선수는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제주도에는 화약권총 사격장이 없어서 선수들이 넓게 훈련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주도가 좁다 보니까 다양하게 훈련을 하기도 어렵고, 그런 불편함이 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 선수는 작년까지만 해도 지은 지 40년이 넘은 사격장에서 걸핏하면 오류가 발생하는 표적지를 상대로 사격 훈련을 했습니다. 만약 홍 코치의 말처럼 오 선수가 제주여상 시절에 25m에서 제대로 훈련했더라면 파리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딸 수 있지도 않았을까 싶습니다.

김예지 "그냥 내가 더 잘 쏘면 된다"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 진출한 김예지가 연습을 하고 있다. 2024.7.28
ⓒ 연합뉴스
김예지 선수는 일론 머스크가 X(구 트위터)에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다.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라는 댓글을 남길 정도로 '영화 속 킬러와 같다'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미국 NBC가 선정한 파리 올림픽 10대 화제성 스타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김 선수는 당초 영화에 출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사격을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마음을 바꿔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하고 광고와 드라마, 영화까지 출연하겠다고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본업인 사격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김 선수는 이런 비판에 대해 "내가 쏜 거니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변명할 생각은 없다"면서 "그냥 내가 더 잘 쏘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김 선수는 "1년 뒤엔 세계선수권이 있고, 2년 뒤엔 아시안게임이 있다. 4년 뒤엔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이라며 주요 대회에 참가하겠다며 본업인 사격에 소홀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방송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비인기 종목인 사격을 알리고 후배에게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겠다는 김예지 선수. 사격 선수 개인이 노력해서 인기 종목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안타까우면서도 "내 목표는 매번 나를 뛰어넘는 것"이라는 그녀의 당당함에 응원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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