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는 금리인하 여건 조성…부동산·가계대출은 위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부동산·가계대출 위험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물가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기준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면서도 정책금융의 영향으로 ‘영끌’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 이유에 대해선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 위험 신호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현재는 금리 동결이 좋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내부 논의와 관련,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고 공개했다.
지난 7월 11일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금통위원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의 근거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시행될 것인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유지 의견 근거에 대해선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차가 필요하고 3개월 내인 올해 12월까지는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게 안정적인 정책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 등과의 '상충 관계'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환율 상승 가능성도 여전히 금리 인하의 장애물 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장기적 한국 경제 발전 방향을 볼 때 한은이 부동산 가격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영끌족’에 대해서도 거듭 경고했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가능성이 커졌고 금융위원장도 명시적으로 추가 대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며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통화정책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몫이라면서 “정책 금융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대출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위험이 이미 현실화했다고 보고 있다”며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에 비하면 현실적”이라며 “국회를 통해 공급정책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비 회복과 내수 개선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소비 증가에는 시차를 두고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줄어든 것은 구조적으로 고용과 연결된다”며 “현재 20~40대 고용은 줄고, 고령층 고용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를 낮출 경우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의 빚 상환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준금리를 낮추기 전에 이미 시장금리가 하락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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