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상하죠?" 美민주 '월즈의 밤'…오프라 윈프리 깜짝 등장(종합)

조슬기나 2024. 8. 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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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 3일차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 3일 차의 주인공은 단연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 나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다. 불과 이달 초만 해도 중앙정치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21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정치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무대에 올라서서 전국에 '팀 월즈'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날만은 부통령 후보를 위한, 사실상 '월즈의 밤'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선물' 역할을 한 또 다른 주인공도 존재했다. 당초 연사 명단에 확인되지 않았었던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이날 무대에 깜짝 등장, 무당층을 향해 '카멀라·월즈 팀'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기세 올리는 월즈,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공 잡았다"

월즈 주지사는 관례대로 전당대회 3일 차인 이날 저녁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마지막 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 나섰다. 과거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의 소개로 마이크를 잡은 그는 "미국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을 수락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네브라스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교사, 풋볼팀 코치 등으로 일하고 주 방위군으로 복무한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그는 학생들의 지지로 정계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그들은 제게서 공동체에 대한 헌신, 모두가 함께한다는 이해, 한 사람이 이웃에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 등 가치를 봤다"고 말했다. 또 정치 경험이 전무했지만 결국 의석을 차지했다며 "공립학교 교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농담했다. 평범한 이웃 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월즈 주지사가 개인적 경험을 전하는 과정에서 "가족은 나의 전부"라고 말하자 객석에 있던 아들 거스 월즈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짧고 간단한 표현으로 명료하게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는 화법으로 유명한 월즈 주지사는 앞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신을 '트럼프 저격수'로 부상시킨 "정말 이상하다(weird)"는 말도 되풀이했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중산층 주거비가 높아지고, 사회 안전망과 의료보험이 무너지고, 낙태는 전역에서 금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가장 부유하고 가장 극단적인 사람들 외에는 아무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의제"라며 "이상하죠? 당연합니다(Is it weird? Absolutely)"라고 말하자 현장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월즈 주지사는 풋볼팀 코치 출신답게 대선 레이스를 풋볼에 비유해 "4쿼터에 필드골을 내줬지만 공을 잡았다"며 "우리가 싸우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76일간 블로킹과 태클을 해야 한다. 1인치씩, 1야드씩 전화를 걸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가 싸우면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코치 월즈(Coach Walz)’ 플래카드도 눈길을 끌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월즈 주지사의 수락 연설 자리가 그의 정치경력을 통틀어 최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주목해왔다. 그 스스로도 연설 도중 "이런 큰 연설을 많이 한 적이 없다"며 "격려 연설을 많이 했다"고 했을 정도다. CNN방송은 "연설 전체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단어"라며 "해리스가 그를 러닝메이트로 택한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돼 캠프에 합류한 지 15일 만의 대형 무대"라며 "날카로운 풍자와 재치있는 해설로 트럼프 측을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월즈 주지사의 이날 연설에 앞서 "순간을 즐기라"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당대회 3일차에 깜짝 연사로 등장한 오프라 윈프리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깜짝 등장' 오프라 윈프리 "자유는 공짜 아냐" 무당층에 호소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오프라 윈프리 등이 연단에 올라 해리스·월즈 팀에 힘을 실었다. 특히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 연사는 전날까지만 해도 연사 리스트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윈프리였다. 보라색 정장 차림으로 무대 위에 오른 윈프리는 "이번 대선은 우리와 그들의 선거가 아니라 당신과 나의 선거이며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떤 후보(트럼프)는 이번 한 번만 투표소에 가면 다시는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면서 "여러분은 지금 등록 무당층 유권자를 보고 있다. 나는 투표 자격을 갖춘 이후 내 가치에 따라 투표해왔고, 이번 선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모든 무소속 유권자와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한다"고 해리스-월즈 팀 지지를 촉구했다.

윈프리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면서 헌신과 포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또한 "집에 불이 났을 때 우리는 집주인의 인종이나 종교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들의 파트너가 누구인지, 투표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그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 집이 우연히, 자녀가 없는 캣 레이디의 집이라면, 우리는 그 고양이도 꺼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의 '캣 레이디' 비하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흑인 유권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윈프리가 지지 연설에 나서면서 무당층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NYT는 "오프라 윈프리의 깜짝 선물"이라며 "민주당 관계자들은 윈프리의 등장을 마지막까지 비밀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간 가디언은 역시 "깜짝 선물 같은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CBS에 따르면 윈프리는 전당대회를 마치고 자신이 정치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연사로 나선 이유에 대해 "이 나라를 정말 아끼기 때문"이라며 "나와 같은 삶, 나와 같은 커리어, 나와 같은 성공은 미국이 아니고선 있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보다 내가 어려" 고령 공격 쏟아낸 클린턴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리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2개월 어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때 공화당의 핵심 공격카드였던 ‘고령리스크’를 맞받아쳐 관중의 높은 호응을 끌어냈다. 그는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나는 불필요하게 겉치레하기엔 너무 늙었다"면서 "이틀 전에 (트럼프와 똑같은) 78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주장하고 싶은 유일한, 개인적 허영심은 내가 아직 트럼프보다 어리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46년 8월19일생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46년 6월14일생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24년에는 명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국민을 위한 후보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만을 위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는 대부분 자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서 "마치 ‘나, 나, 나, 나’를 부르는 테너 중 한 명"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매일이 '당신, 당신, 당신, 당신'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잡고, 두려움을 덜고, 모든 미국인이 꿈을 좇는 기회를 갖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학창시절 해리스 부통령이 맥도날드에서 일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그녀는 맥도날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대통령으로서의 내 기록을 깰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과거 임기 중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이 자주 사진에 찍혔던 자신의 이야기와 연결시킨 것이다.

같은 날 연사로 나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역시 짧은 연설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지켜봐 온 해리스 부통령을 "깊은 신념과 봉사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던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믿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존중하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차세대 민주 대권 잠룡 후보들도 출동…'자유를 위한 투쟁' 강조

한때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자 또는 러닝메이트 후보군으로 주목받았던 차세대 대권 잠룡 후보들도 이날 입을 열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올해 대선을 두고 "우리가 혼돈과 극단주의로 정의되는 국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품위, 명예, 계속되는 진보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이라고 정의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트럼프의 어둠의 정치를 영원히 끝내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좋은 정치를 선택할 수 있다. 희망과 가능성, 자유와 신뢰의 정치, 그게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가 대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오는 11월 미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하원의원(민주·뉴저지)이 21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현장 화면은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김 의원이 바닥에 버려진 유리, 쓰레기를 묵묵히 청소하는 사진이다. 해당 사진은 당시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됐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이 밖에 이날 연사로는 3일 차 주제인 '자유를 위한 투쟁'에 맞게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낙태권, 1·6 의사당 난입 사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청사진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2025’ 비판 등과 관련한 이들이 대거 확인됐다. 낙태권 관련 단체인 ‘모두를 위한 생식의 자유’의 미니 티마라주 회장은 이날 전당대회 초반 연설자로 나서서 "여성이 낙태하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대통령을 원하는가, 아니면 여성을 신뢰하는 대통령을 원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여성이 자유롭지 않다면 우리는 자유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전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올리비아 트로이는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일하는 것은 무서웠다"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가 다시 백악관에 돌아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고 경고했다. 한국계인 앤디 김 하원의원은 "나는 1월6일 우리가 모두 우리 위대한 공화국의 관리자라는 것을 배웠다"며 "우리 아이들이 망가진 미국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의사당 바닥에 버려진 유리, 쓰레기를 묵묵히 홀로 청소하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한편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 현장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캠페인 참모는 해리스 부통령이 시카고에 위치한 호텔 숙소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연설을 시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대 마지막 날인 22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자신의 집권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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