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1년…핵연료 잔해 제거에 골머리 앓는 日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핵연료 잔해(데브리·Debris) 시범 채취에 나섰지만 작업 시작 직후 중단했다. 데브리 반출이 거듭 지연되면서 2051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을 폐기한다는 일본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일본 NHK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시범 채취에 나섰지만, 반출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해 이날 예정된 작업을 중단했다. 시범 반출 작업 재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시범 채취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위한 중요 단계로 꼽힌다. 실제로 핵연료 잔해를 꺼내 분석을 진행해야 앞으로 제거 공법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당초 폐로를 위한 시범 채취 계획을 세웠지만 기술적 문제로 지난 3년간 연기해왔다. 세 차례 연기 끝에 도쿄전력은 원자로 격납 용기에 22m 길이 신축형 파이프를 연결해 끝에 달린 손톱 형태 장치로 3g 미만의 핵연료를 시범적으로 꺼내기로 했다. 신축형 파이프가 핵연료에 가닿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로, 실제 반출이 완료되는 데까지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이날 작업 과정에서 파이프 순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원이 인지하면서 작업을 중단했다.
이날 작업중단 보고를 받은 도쿄전력 고바야카와 토모아키(小早川智明) 대표는 “핵연료 데브리 시험 제거는 폐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확실히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원인 조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며 원전 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핵용융이 발생했다. 도쿄전력이 추산한 후쿠시마 원전 내 핵연료 잔해는 약 880t에 이른다. 스며든 빗물과 지하수가 핵연료 잔해에 닿으면서 오염수가 발생한다.
핵연료 잔해를 제거해야 오염수의 추가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51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을 폐기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데브리 반출 작업이 지연되면 실현하기 어렵다. 이달 1일 기준 원전에 보관된 오염수는 131만여t에 달한다. 발생한 오염수를 탱크에 담아 보관하지 못할 만큼 늘어나자 도쿄전력은 지난해 8월 24일부터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거른 오염수를 해양 방류해왔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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