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입틀막, 칼틀막 이어 횡틀막" 인권위 진정

김화빈 2024. 8. 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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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군인권센터·언론노조 등, 국방부 민원실 취재 통제한 대통령경호처·경찰 비판... UN 진정도 검토

[김화빈, 이정민 기자]

 군인권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군인권센터애서 열린 '임성근 명예전역 반대 서명 제출 관련 대통령실·국방부민원실 취재 원천봉쇄 사태 규탄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식 과잉 경호에 제동이 필요하다"며 "취재와 촬영이 가능하던 국방부 종합민원실에서의 취재 보도를 막고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이번 사태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고 있다.
ⓒ 이정민
"입틀막, 칼틀막에 이어 횡틀막이다. 지금은 기자들이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횡단보도 하나 건너지 못했지만, 여기서 막히면 나중에는 국방부 정문도 못 들어갈 것이다." -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국방부 민원실 접근을 제한하며 취재 기자들을 내쫓고 횡단보도에 바리케이드를 친 대통령경호실과 경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인 출입이 가능한 상점이 입점해 있는 국방부 종합민원실 건물이 '군사보호시설이라 취재와 촬영이 제한된다'는 대통령경호처와 경찰의 설명은 타당하지 않다"며 인권위에 제3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대통령경호처장, 서울경찰청 202경비단장, 용산경찰서장과 경비과장이다.
 경찰이 지난 5일 오전 국방부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명예전역 반대 서명'을 제출하려는 군인권센터와 취재진을 막아 세웠다.
ⓒ 소중한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법적 근거도 없이 공권력을 남용해 민원실에서 250m나 떨어진 횡단보도를 바리케이드로 봉쇄해 취재진의 언론·이동·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라며 "취재에는 성역도 통제도 없다. (언론을 통제할 경우) 언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자유 또한 손쉽게 통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초법적인 취재 봉쇄 과잉 경호 규탄한다", "민원실이 군사시설인가 취재통제 중단하라"고 외치며 "인권위는 신속한 조사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대통령실 인근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과도한 보행자 및 차량 검문에 대해 상세 조사 후 개선을 권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군인권센터는 시민 2만 2080명에게 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명예전역 반대 서명'을 제출하려고 국방부 민원실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 지휘를 받는 202경비단과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군인권센터 관계자와 취재진의 건물 출입을 통제했고, 이미 촬영한 사진의 삭제도 요구했다.

이에 현장 기자들이 공동취재단 취재를 제안했지만, 대통령실과 경찰은 이마저 거부한 뒤 인근 삼각지역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기자들을 민원실 밖으로 모두 내보냈다. 현장을 취재하려던 기자들은 국방부 민원실 출입은 물론 삼각지역 횡단보도도 건널 수 없었다(관련기사 : '임성근 명예전역 반대 서명지' 전달, 취재 전면통제..."이런 일 처음" https://omn.kr/29oma).

"국방부 민원실 앞 횡단보도 막히면 나중에는 정문도 막힐 것"
▲ "윤석열식 과잉 경호 제동 필요" 군인권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군인권센터애서 열린 '임성근 명예전역 반대 서명 제출 관련 대통령실·국방부민원실 취재 원천봉쇄 사태 규탄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 이정민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UN(국제연합) 진정과 법적 대응 또한 예고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국회의원 '입틀막' 사건,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언론인을 상대로 '회칼 테러'를 언급한) '칼틀막' 사건에 이어 이번엔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게 한 '횡틀막' 사건이 발생했다"며 "나중엔 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입이 틀어 막혀 끌려 나가라는 법도 없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취재는 국민의 알권리와 권력 감시를 보장하기 위한 기자들의 고유한 임무이고, 좌우가 없다"라며 "지금 횡단보도 하나 건너지 못하면 밀실에서 진행되는 권력의 은밀한 야합과 공작을 언론이 어떻게 밝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출입처 기자들이 모여 엄중한 항의를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 경호처, 군, 경찰이 조직적으로 과도하게 공권력을 행사해 취재를 제한했기 때문에 향후 직권남용 여부를 판단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며 "기자들은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이뤄지던 대통령실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 강제 퇴거됐다"고 했다.

권 사무처장은 "언론인 취재가 제한된 공간의 공통점은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기 싫은 공간이라는 것"이라며 "언론의 취재 공간이 축소되면 국민들이 감시하고 볼 수 있는 곳 또한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최근 군인권센터는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군 사망자 유족들을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에 대해 UN에 진정을 제기했고, UN 특별보고관들이 한국 정부의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정식 송달했다"며 "이번 취재 방해 사건은 특별보호관 방문 조사 명분을 한층 높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횡틀막 사건도 진정을 제기할지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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