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내리고 금리 동결한 한은…"부동산 영끌에 경고"(종합2보)
내수 부진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5%에서 2.4%로 낮춰
금리 급하게 안내려, 부동산 영끌족에 경고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4%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 부진이 지속되자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2.6%에서 2.5%로 내렸다.
기준금리는 연 3.50%로 13차례 연속 동결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과도하게 빚을 내서 집을 구매하는 이른바 '부동산 영끌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내수 부진에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로 하향한은은 22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4%로 내려잡았다.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0.1%포인트 하향했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들어서도 민간 소비 등 내수 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부진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번 한은 전망치 2.4%는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2.6%)는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5%)보다도 낮은 수치다.
KDI도 지난 8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 등을 이유로 연간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반면,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종전 전망치 2.6%에서 소폭 내렸다. 기조적으로 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데다 지난해 8월 이후 몇 달간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하면서 물가가 둔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좋지만, 내수가 안 좋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 전망 하향은 최근 몇 달 동안 소비자물가가 2% 중반대로 안정화된 것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연 3.5% 유지, 13차례 연속 동결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이날까지 1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 동결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가파르다. 2분기말 국내 가계신용(가계빚)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조8000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였다. 2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만 전분기 대비 16조원 급증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4조1795억원 증가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내리면 안 그래도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 비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목표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인데 기준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가 늘고 집값이 상승하는 시나리오는 당연하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해 고금리를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이라고 밝혔다.
물가 역시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지난 6월 2.4%에서 7월 2.6%로 반등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0%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 둔화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나 기상 여건 등과 같은 물가경로의 불확실성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아직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는 부담이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폭이 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금리를 내리면 역전폭이 더 커져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미국이 아직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고, 한국도 미국과의 금리차가 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을 때 돌아올 이득이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이 9월에 금리를 내리면 우리는 10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내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미국이 9월에 금리를 내리면 우리는 10월이나 11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 부동산 영끌족에 경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과도하게 빚을 내서 집을 구매하는 이른바 '부동산 영끌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정도로 통화정책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 영끌에 대한 부담이 적을 거라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영끌족이)2018~2021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를 거로 생각한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번째는 "이번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현실적이고 과감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회를 통해서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데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정부의 수요 정책을 꼽았다. 그는 "어제 금융위원장이 지금 발표한 수요대책이 부족할 경우 추가 정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대응하겠다고 했다"며 정책에 대한 효과를 기대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에서는 3개월 이내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들이 크게 늘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11일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금통위원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의 근거에 대해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시행될 것인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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